두 전직 대법관 구속여부, 이르면 오늘 밤 결정(종합)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사법농단 책임 소재 묻자 '묵묵부답'

입력 : 2018-12-06 오전 11:53:04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전직 대법관으로는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 여부가 이르면 6일 오후 늦게 결정된다.
 
임민성·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각각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심사)을 진행하고 있다. 두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나올 전망이나 두 전 대법관과 검찰의 논리가 크게 대립하는 만큼 영장심사 결과가 나오려면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오전 10시14분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전직 대법관으로서 영장심사를 받게 됐는데 심경이 어떤지, 사심 없이 일했다고 했는데 이번 사법농단 사태 책임이 누구한테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올라갔다.
 
이날 오전 10시18분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고 전 대법관도 전직 대법관으로서 영장심사를 받게 됐는데 심경이 어떤지, 사법농단 사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사법부 신뢰 회복을 바란다고 했는데 책임을 통감하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아무 말 없이 법정으로 향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이에서 중간 다리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 두 전 대법관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영장심사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두 전 대법관 측은 자신들의 지시 없이 후배 법관들이 자발적으로 사법농단 관련 문건 등을 작성했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검찰은 두 전 대법관의 지시가 법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전 대법관이 구속되면 사법농단 의혹 최정점에 서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서는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된 임 전 차장과 더불어 측근 3인방이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되는 만큼 향후 불리한 조건을 안고 검찰 조사 등에 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맡으면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조작 형사재판. 옛 통합진보당 지위확인 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하거나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의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 다음인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을 상대로 한 검찰의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미리 수사 정보를 빼내고 영장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린 의혹 등을 받는다.
 
두 전직 대법관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양승태 사법부나 특정 재판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혐의도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3일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헌정사상 전직 대법관으로는 처음으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편 법원은 먼저 구속영장이 청구된 임 전 차장에 대해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10월27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병대(왼쪽)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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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