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기술임치제도를 적극 활용해 기술탈취를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것에 대한 우려와 홍보 부족 등이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1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기술임치제도 건수는 2014년 7161건, 2015년 8652건, 2016년 9467건, 2017년 9216건이다. 2018년 11월까지 누적 7778건이며, 올해 9000여건 등록이 예상된다.
기술임치제도는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관련 기술자료를 제3의 전문기관인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보관하고 정부에 신고해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제도로 2008년 도입됐다. 기술유출이 발생했을 경우, 중소기업은 해당 임치물을 이용해 기술 보유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
기술임치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됐지만 민간 참여율은 저조한 실정이다. 매년 등록 건수의 80%는 정부 연구·개발 과제에 선정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압박에 등떠밀려 기술임치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로 이들 중소기업은 사업비에서 기술임치제도 등록 비용을 계상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민간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기술임치제도에 등록하는 경우는 20%에 불과하다. 최근 5년 동안 8500여건 참여에 그쳤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규 30만원, 갱신 15만원(창업 7년 이내, 혁신형기업, 벤처기업은 30% 인하) 등 임치 자부담 비용이 크지 않은 데도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지난 6월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기술탈취 대기업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최대 10배)와 기술임치제도 적극 활용이 골자다. 표준하도급계약서에 기술임치를 도입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술임치제도의 활성화로 이어질지 효과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정부 과제를 수행하는 중소기업은 의무적 또는 강제적으로 기술임치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이라고 할지라도 대기업과 거래 관계에 있어서 사전 공유 없이 독자적으로 임치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치를 하려고 하면 사실상 대기업과 서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신뢰관계에 대해 오해 소지가 있고, 거래상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민간에서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사실상 기술임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설마 우리 기업이 기술탈취를 당하겠느냐라고 생각하는 등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향후 홍보를 강화해서 도입 기업의 확산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5월 열린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TF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