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결심한 계기는.
계기는 크게 2가지인데, 우선 내 힘으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었다. 산악자전거를 10년가량 탔다. 자동차에 싣는 자전거캐리어가 많이 필요해서 여러 가지를 사용해봤지만 딱 마음에 드는 제품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제작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호응이 좋아서 직접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나서게 됐다. 2016년 9월에 창업을 했다. 개인사업자로 1년가량 했고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법인으로 전환했다.
연구개발 경력이 상당한데.
처음 인천 부평에 있는 대우전자 중앙연구소에 입사해 5년 동안 연구개발 일을 했다. 오디오 등 전자제품 관련 일이었다. 전공이 기계과인데, 학교에 다닐 때 기계만 알아서는 확장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서 전기·전자 분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전자회사에 입사했다. 기구 메커니즘 쪽에서 개발업무를 맡았었는데 전기·전자 분야를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됐다. 지금도 많이 도움이 된다.
이후 3D 설계 엔지니어링인 CAD, CAE 관련 분야에 몸을 담게 됐다. 미국에 본사를 둔 미국계 회사에서 13년 동안 일했다. 이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연구개발하는 데에 안 가본 곳이 없다. 기업연구소, 국가연구소는 거의 다 가봤다. 이런 연구소에서 CAD 툴을 사용한다. 기술 지원, 컨설팅 등의 업무를 하며 경험과 경력을 쌓았다. 삼성전자에선 1년 정도 파견 근무를 했다. 삼성전자 국내 전 연구개발부서에서 쓰는 CAD, CAE를 중앙에서 집중 관장하는 팀이 수원에 있었는데 그곳에 파견돼서 우리가 공급했던 소프트웨어 기술 컨설팅 업무를 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현대자동차, LG전자, 국방과학연구소, 한국원자력연구소, 진해ADD(국방과학연구소) 등에서 일했다. 1년의 3분의2를 해외에서 지냈다.
창업 후에도 업력과 경력 덕분에 개발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개발 쪽 비용으로 사업자금을 계속 댈 수 있는 구조다. 스타트업의 경우 초기 자금이 많이 필요한데, 초기 자본을 확보한 뒤 대출을 한 적이 없다. 창업 후 많이 했던 일은 원자력 쪽에 들어가는 특수장비 개발이었다. 지금은 포스코 쪽에서 특수장비 개발 의뢰가 들어와 제안 단계에 있다. 현재 개발 쪽 매출이 훨씬 크다. 제품 개발해서 판매를 해야 하는데, 제조업은 수익률이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엔지니어링 서비스 쪽은 80% 이상이 수익이다. 지난해 매출 자체는 크지 않았는데, 영업이익률이 50%를 넘었다. 삼성전자보다 훨씬 높다(웃음).
제품 개발·판매 쪽을 보면 주력 아이템은 자전거캐리어다. 올해 3월 자전거 캐리어를 처음 출시했다. 정부지원사업으로 지원을 받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자전거캐리어로, 시중에 비슷한 제품이 없어 반응도 상당히 좋다. 개발 쪽에서만 일해서 영업·마케팅이 약한 편인데, 좌충우돌하면서 홍보도 하고 전국에 자전거 대회에 나가 홍보도 하면서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전거캐리어는 계절사업이다. 겨울에는 자전거를 잘 안 타고 봄·가을에 사업이 잘 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은 수출인데 내년에 본격적으로 준비를 할 계획이다. 거래선 가운데 독일 분이 있다. 대만에서 30년 정도 사신 분인데 그 분이 우리 아이템을 보고 괜찮다면서 샘플·자료를 가져갔다. 대만은 자전거 부품산업의 메카다. 중소기업이 90% 이상 포진하고 있는 대만은 자전거 또한 기술력, 가격 면에서 고유의 경쟁력을 갖춘 나라다. 저가 제품은 중국에서, 고가는 대만에서 나온다.
제품 개발 모토는 레저와 안전이다. 우리가 만들려는 구조용수상전동보드의 경우 입수자를 구조하는 구조요원들의 애로사항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작은 초경량 보드에 추진체를 넣어서 입수자에게 힘을 덜 들이고 갈 수 있도록 했다. 입수자와 같이 되돌아 올 때는 보드가 팽창해 공간도 늘어나고 부력도 얻게 돼 좀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좋아서 지난해 해경 발명대전에 아이디어를출품해 동상을 받았다. 제품화하기 위해 정부지원사업을 받아 개발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5~6월쯤 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글록스의 초소형 자전거캐리어 설치 전 모습. 번호판을 가리지 않으며 간단한 설치 등이 장점이다. 사진=글록스
글록스의 초소형 자전거캐리어 모습. 번호판을 가리지 않는다. 사진=글록스
스타트업으로 겪었던 어려움은.
어려운 아이템, 복잡한 아이템보다 아이디어가 독특한 것에 집중한다. 어려운 아이템은 시행착오를 많이 겪게 될 뿐만 아니라 개발 자체도 힘들다. 아이디어가 독창적이면 제품화까지 시간이 오래 안 걸린다. 규모가 커지면 나중에는 해결이 어려운 부분까지 해보겠지만, 초기기업인 만큼 규모가 작은 아이디어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어느 정도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단기 계획과 중장기 계획은.
주력으로 공급하고 있는 자전거캐리어를 대상으로 국내시장 마케팅을 활성화해서 매출을 올릴 것이다. 수출 쪽은 유럽, 일본, 호주를 먼저 노릴 계획이다. 앞서 말한 대로 구조용수상전동보드 제품화도 예정돼 있는데 일반 구조용, 해양 레저용으로 나눠 출시할 생각이다. 내년 말에는 안전 휠체어 바퀴 개발에들어가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서비스 분야의 경우, 내년 제철 분야 특수장비를 개발해서 지속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혹자는 아이템이 뜬금없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좁은 시각으로 봐서 그렇다. 큰 시각에서 보면 우리는 엔지니어링 서비스와 제품 공급을 주로 하는 셈인데, 제품은 레저와 안전이란 키워드로 묶어서 가는 것이고, 엔지니어링 서비스는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는 식으로 간다. 뜬금없거나 다른 분야는 결코 아니다.
매출 목표는.
아직은 매출 목표를 세울 때는 아니라고 본다. 또한 매출보다 수익이 중요하다고 본다. 매출을 중시하는 것은 예전 우리나라 기업들이 갖고 있는 마인드다. 예전에 일했던 미국계 회사의 경우를 보면 매출 관리보다는 수익 관리를 하더라. 매출 대비 최소 20% 수익을 올리는 게 목표다. 지금은 아이템을 지속 개발하는 단계다. 정부지원사업을 보면 매출 목표를 기입하라는데, 전근대적인 시각이 아닌가 싶다. 매출 좋은 회사가 아닌 수익 구조가 좋은 회사에 대출해줘야한다. 법인 전환 후 내년이 3년차인데, 매출 4억~5억원은 무난하게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이에게 조언한다면.
동원과기대의 창업동아리에 대한 멘토를 맡고 있다. 젊은이들이 창업할 때 도와주고 방향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한 달에 2차례 정도 하고 있다. 창업은 목표가 아닌 수단일 뿐이다라는 이야기를 강조한다. 주변에서 보면 창업이 목표인 것처럼 많이들 이야기한다. 창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창업을 해서 무엇을 할지, 어디에 공헌할지,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공헌할지 생각해보라고 한다. 학생들 창업 관련 활동을 적극 도와주려고 하고 있다. 계명대 학부에서는 전기자동차를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멘토로서 기술 부분을 지원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는 젊은이들이 창업하기 정말 좋은 환경이라고 본다. 아이템과 의지만 있으면 정부가 지원해주는 사업이 많다. 본인 의지가 있어야 한다. 정부지원금을 받은 이후 탄력을 받아 열심히 잘 해나가는 사람 많다. 자본과 의지가 결합돼야 성공 확률이 높다. 여기에 경험 있는 조력자들의 서포트가 있다면 더욱 좋다.
28년 동안 전기전자 분야 연구개발 전문가로 일한 김광재 대표는 자신만의 사업을 하며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의 멘토 역할도 자임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사진=글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