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은 469조5700억원 규모다. 올해보다 41조원 가량 늘었다. 역대급 '슈퍼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선 예산안의 실제 심사, 실질적 감액·증액 등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안상수 예결위원장은 이번 예산안 심사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완벽한 예산안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자유한국당 소속 위원장으로서 여야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만만치 않았지만 나름 성과도 있었다는 게 안 위원장의 평가다.
안 위원장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준비위원장을 맡아 김병준 비대위를 발족시키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그는 김병준 비대위의 그동안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내년 2월 말 예정된 전당대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대 결과에 따라 한국당이 문재인정부의 대안세력으로 갈 수 있을지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 위원장은 "안정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당의 어려움에 책임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전대에 출마하지 않는 게 옳다고 한 김무성 전 대표의 발언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안상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주용 기자
안 위원장은 11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46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에 대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증액해 지역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고, 경제 현장을 지원하는 쪽으로 노력했는데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일자리 예산이 초안보다 감액된데 대해선 "많지 않은 액수지만 (일자리 예산 감액을 통해) 청와대나 여권, 예산 당국에 임팩트를 줬다"며 "일자리에서 삭감된 재원이 SOC 사업 투자와 기업 등 경제 현장에 많이 배정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SOC예산은 지역균형발전에 도움
안 위원장은 늘어난 예산의 상당 부분이 지역 SOC 사업에 투입돼 '지역구 예산 늘리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 국정운영에서 중요한 것이 지역 균형발전"이라며 "시장, 군수, 혹은 시도지사들과 협의해서 나온 예산이 지역으로 내려간다. 그분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정부에서 짠 예산과 접점을 찾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에서도 예산안을 만들 때 (지역 예산을) 어느 정도 감안해서 예산안을 짜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일자리 예산 감액과 관련해선 "소위 알바성 일자리와 같은 단기 일자리 예산을 삭감하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기업을 통해 젊은이들이 고용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고 젊은이들이 안정감을 갖는 것"이라며 "보통 현금성 지원은 짧으면 2개월에서 6개월, 아무리 길어도 3년을 넘지 않도록 돼 있는데 단기 일자리 예산을 많이 배정하는 것은 시장에도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자리의 80% 이상을 감당하고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동수당 지급대상 확대 등 저출산 대책 예산을 확보한 점은 성과로 꼽았다. 안 위원장은 "아동수당 10만원의 지급대상을 확대한 것은 아이들을 키우는데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자는 취지"라며 "이미 있는 제도하에서 증액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됐다"고 설명했다. '출산장려금 250만원 지급' 예산이 불발된 것에 대해선 "종합적인 진단을 통해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도 예산부터 실질적인 현금 예산 지원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발걸음의 시작"이라며 "임산부가 아기를 출산했을 때 지원 예산이 어떻게 되는지 용역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의에서 여야 3당 간사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예산 졸속심사 막기 위한 방안 필요
안 위원장은 예산안 통과가 법정시한(12월2일)을 넘어서며 늦어진 점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예산의 전체적인 규모도 큰데 세수결손 부분까지 안고 온 예산이라 사실 조정을 한다는 게 물리적으로 굉장히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의 불참에 대해선 "애초에 선거법과 예산안을 연계하는 것은 잘된 전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야당의 대표들이 단식하는 것은 안타깝다"면서도 "다수당이 협의해서 합의를 끌어내고 야3당을 투표장으로 오게 하는 것은 지극히 민주적인 일이다. 야합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마다 반복되는 예산 졸속심사 구태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예산안 심사기간을 많이 준다고 해도 막판에 쟁점사안이 있으면 시간을 끄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심사기간을 좀 늘릴 필요는 있다"며 "국정감사와 병행해서 예산심사를 하거나 정기국회 일정을 앞당기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예산심사 개선방안 논의를 위해 예결위 내에서 외국의 사례 등을 참고하며 연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 비대위 활동 긍정적
안 위원장은 김병준 비대위의 행보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비대위가 당의 정체성을 정리해줬고 정책적으로도 꽤 개발했다"며 "그런대로 국민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정리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비대위가 인적쇄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인적쇄신 규모가 너무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인적쇄신이 급속도로 진전되지 않을까 싶다"며 "인적쇄신을 잘 마무리한다면 (김병준 비대위가) 그야말로 한국당을 어려운데서 좋은 위치로 올려놓은 비대위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수면위로 다시 오른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 계파 논란에 대해선 "소위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국민들 뇌리에 나쁜 이미지로 돼 있기 때문에 아예 용어도 쓰지 말자고 당에 제안한 적이 있었다"며 "계파 논쟁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는 약간의 친소 관계 정도지, 이제는 누구를 중심으로 '친박이다, 비박이다'라는 것은 많이 희석되지 않았나 싶다"며 "선의의 경쟁 수준이지, 퇴행적이고 배타적인 그런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안 위원장은 한국당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통해 "한국당이 앞으로 현 정부의 대안세력으로 갈 수 있느냐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 당이 어려움에 처하는데 직간접적으로 책임있는 분들은 한번 쉬는 게 옳다고 김무성 전 대표가 이야기 했는데, 적절한 지적"이라며 "당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분들도 (김 전 대표의 발언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안 위원장은 "문재인정권이 국민들에게 주는 불안감과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당이 대안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안정되고 통합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한반도 지도를 가리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주용 기자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