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349억원대 다스자금 횡령 및 111억원대 뇌물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항소심에서 22명의 증인을 신청하며 재판 지연 의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인겸)는 12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1회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은 "저희가 증인 신청한 부분에 대해 검찰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미 1심 때 검찰에서 제출한 진술 증거에 동의한 것은 곧 반대신문권을 포기한 것으로 원진술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라며 "하지만 형사소송은 적법 절차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검찰 논리는 극단적인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피고인이 검찰의 제출 증거에 동의한 것은 증거 능력에 대해 다투지 않겠다는 뜻이었지 증거의 신빙성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신빙성을 다투기 위해 증인을 부를 수 있다. 검찰은 재판을 지연하려 한다고 주장하나 이번 재판은 역사에 길이 남을 공판으로 피고인 및 변호인은 그런 염려가 없다. 한명의 증인도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증인 신문도 없이 재판하자는 것은 검찰 서류만으로 재판하자는 뜻으로 공판중심주의에도 반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은 직접 증인 신청을 하지 않고 측근들이 검찰에서 진술한 신문 조서가 재판 증거로 사용되는 데 동의했는데 이는 곧 빠른 심리 진행 및 중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필요한 증인을 모두 불러내 최대한 이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증언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재판부는 26일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고 변호인 측의 증인신청에 대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후 내년 1월2일 첫 정식 기일을 열고 본격적인 심리를 진행할 예정인데 신속성을 위해 일주일에 두 차례씩 공판을 열되 오후 6시 이후에는 심리를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앞서 이 전 대통령 변호인들은 '회계 관계 직원이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5억 이상의 손실을 입히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에 징역에 처한다'고 정한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법원에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 1심은 전직 국정원장들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보고 '공범'인 이 전 대통령의 국고등손실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의미가 불분명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회계 관계 직원이라는 것인지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1심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게 넉넉하게 인정된다"며 징역 15년과 함께 벌금 130억원·추징금 82억7000여만원을 선고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9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