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최근 분양에 나서는 아파트 단지들의 계약금 비중이 상향되고 있다. 대출 규제로 중도금 대출이 감소하면서 건설사들이 초기 자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초기 계약금 부담이 높아지면서 현금이 부족한 수요자들은 청약 문턱이 높아졌다.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청약예정자들이 입지조건과 조감도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에 나서는 아파트 단지들 계약금 비중이 10%에서 20%로 상향되는 추세다.
당장 이번 주에 분양하는 단지들의 계약금 비중이 높게 책정됐다. SK건설이 수색9재정비촉진구역을 재개발하는 단지인 'DMC SK 뷰'는 계약금 20%·중도금 60%·잔금 20%의 비중으로 분양가 납부 방식을 정했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1965만원이기 때문에 전용면적 84㎡ 경우 분양가가 6억3000만~7억2000만원으로, 계약금은 최소 1억2000만원 이상 현금으로 보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에서 동시에 분양하는 아파트들의 계약금 비중도 20%로 책정됐다. 우선 대우건설이 분양하는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는 3.3㎡ 평균 분양가가 2100만원 수준으로, 계약금 비중은 20%으로 정해졌다. 이외에도 같은 날 분양하는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는 3.3㎡ 분양가가 2400만~2500만원, 계약금 비중은 20%다. 포스코건설의 '판교 더샵 포레스트' 역시 3.3㎡당 평균 분양가는 2100만원 선으로 계약금이 20%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처럼 최근 분양 단지의 계약금 비중이 높아지는 데는 대출 규제로 중도금 대출 한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중도금 대출이 기존 60%에서 40%로 제한된다. 건설사들은 대출 한도가 줄어든 대신 초기에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고자 계약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 또 현금 보유 여력이 큰 수요자들을 확보해야 미계약 위험 부담도 줄어든다는 판단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계약금은 법으로 10~20% 사이에서 정할 수 있도록 돼있다"며 "계약금 비중이 크면 초기 자금 운용 측면에서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계약금 비중이 커지면 현금 보유 금액이 부족한 수요자들의 청약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0%에서 20%로 계약금이 두 배로 늘어나는 만큼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 세입자들은 보증금이 묶여 있기에 계약금이 높아지며 청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한 청원자는 "현금 1억5000만~2억원을 통장에서 일시 납부할 수 있는 사람들만 집을 살 기회로 바뀌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실수요자 위주의 청약 제도 개편이 아닌 금수저를 위한 개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