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연말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친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내년도 사업 구상에 나선다. 반도체 경기 하락, 글로벌 경기둔화, 미·중 무역전쟁 지속 등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 속 위기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스마트폰, 반도체에 이어 삼성전자의 미래를 책임질 신 먹거리 발굴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수원·기흥 등지의 사업장에서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국내 핵심 임원과 해외 법인장 등이 참석하는 주요 연중 행사다. 디바이스솔루션(DS), 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등 사업 부문별로 진행되는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업황 점검과 새로운 성장 전략 등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의 화두는 '위기 대응'으로 모아진다.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 주력 사업 전반에 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나타났던 '비상 경영' 기조가 이번 회의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6일 삼성전자는 158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승진자 수는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었다. 사장단 승진자 역시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를 보였다. 조직개편도 최소화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 회의 참석자들은 신규 임원들과의 상견례는 간단히 마치고 미래 전략 논의에 보다 집중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종료에 대한 대응 방안과 함께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준비가 주요 화두에 오를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9월 '삼성전자 AI 포럼 2018'에서 김기남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3개 사업부문 중 가장 주목도가 높은 곳은 단연 반도체 사업이다. 지난 2년 가까이 전사 실적을 견인해 온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일시적인 하강 국면에 접어든 것은 기정사실이 됐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실적 전망도 어둡다. 지난 3분기 13조6500억원에 달했던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이 내년 1분기부터는 10조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가격 하락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투자 속도조절 방안과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해법도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IM부문에서는 신개념 스마트폰과 5세대(G) 이동통신이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은 갤럭시 10주년으로 폴더블폰 등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화가 예정돼 있다. 중국 업체의 공세에 밀려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5G 상용화에 발맞춘 장비 시장 확대도 주요 과제다. 네트워크사업부의 새 수장이 된 전경훈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성장 전략이 기대된다. CE부문에서는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19' 준비 현황과 신제품 출시 계획 등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QLED TV를 앞세운 시장 선도 전략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한편 이번 회의에 이재용 부회장이 참석할 지 여부도 관심이 높다. 지난 2월 석방 후 본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인 첫 해이기 때문. 다만 통상적으로 글로벌 전략회의는 각 사업부문장들이 주재해 왔다. 이 부회장은 임원 격려 차 행사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적은 있지만 전체 회의에 참석한 적은 없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