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수입 맥주 인기가 계속되지만 지난해 급성장과 비교하면 올해는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다. 같은 저도주 계열 와인 시장 확대가 수입 맥주 열기를 억누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맥주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는 여전한 과제다.
17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맥주 수입량은 2만9519톤으로 전년 동월보다 약 5.5% 상승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누적 맥주 수입량은 36만428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8.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1월까지의 맥주 수입량은 이미 지난해 전체 수입량 33만1211톤을 넘어섰다.
최근 2년 동안 12월 수입량이 11월보다 다소 떨어진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전체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16%~17%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성장 폭보다 크게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전체 수입량은 2016년 22만508톤보다 무려 50%가 넘게 증가했다.
이는 올해 와인 시장의 성장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와인 시장이 주점 등 유흥에서는 크게 위축되면서 수입사가 대형마트 등 유통 채널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며 "맥주보다 매출 단가도 높기 때문에 대형마트에서 경쟁적으로 할인 행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와인 시장이 성장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수입 맥주의 상승세가 유지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수입 맥주 시장에서 카테고리는 늘어도 개별 브랜드가 특별히 성장하고 있지는 않다"라며 "호기심 등에 의한 단순 구매가 대부분이어서 특정 브랜드에 대한 재구매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성장세가 주춤해질 수 있고, 내년에는 시장이 어느 정도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아직 맥주 시장은 유흥으로 판매되는 비중이 유통보다 훨씬 크다"라면서 "그동안 유흥에서 쌓아 온 국내 브랜드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수입 맥주의 성장이 일시적으로는 국내 브랜드의 위기지만, 맛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므로 장기적 관점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관세청 수출입통계를 보면 대표적인 와인 품목인 레드 와인(2ℓ 이하)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수입량은 2만187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1월까지 화이트 와인의 수입량은 5875톤으로 전년보다 약 23.1%, 스파클링 와인은 4612톤으로 전년보다 약 15.9% 각각 늘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