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간편함과 저렴함으로 승부했던 라면이 국내 시장에서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라면 대신 먹을 수 있는 다양한 편의식이 등장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업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농심도 예외는 아니다. 점유율을 놓고 벌이는 경쟁사의 치열한 공세는 농심이 받아들여야 하는 또 다른 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농심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1971년 처음으로 미국에 라면을 수출한 농심은 1994년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5년부터 가동된 LA 공장은 이달 중 용기면 전용 생산라인 증설이 마무리된다. 현재 봉지면 2개, 용기면 3개 라인으로 구성된 LA 공장은 용기면 1개 라인이 늘어 용기면 중심으로 생산을 진행한다.
미국 시장 점유율이 10년 전 2%에 불과했던 농심은 현재 일본 토요스이산(46%)와 닛신(30%)에 이어 15%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농심은 지난해 미국 전역에 있는 월마트 4000여개 전 점포에 신라면을 공급하고, 코스트코, 크로거 등 현지 대형마켓으로 판매를 확대했다. 올해 농심이 미국에서 거둔 실적은 2억25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2% 성장했다.
농심은 중국에서도 사드 이슈를 극복하고 전자상거래와 대도시 중심의 판매를 늘려 지난해보다 23% 성장한 2억8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일본에서는 편의점 판매 강화와 함께 '신라면 데이', '신라면 키친카' 등 마케팅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며, 필리핀과 베트남 등 주요 동남아에서도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이러한 결과로 농심은 올해 외국 사업 실적이 지난해보다 18% 성장한 7억6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중 신라면의 매출은 2억8000만달러에 이른다.
라면 시장 재도약이 절실했던 2015년, 첫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준 농심 대표이사가 공언했던 목표가 점차 실현되고 있다. 박 대표는 당시 "해외법인의 영업력을 강화해 중국과 동남아에서 성과를 높이고, 미국과 일본에서도 경영 실적을 개선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1984년 미국지사 사장을 시작으로 1991년 국제담당 이사, 2005년 국제사업총괄 사장을 거쳐 2012년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2013년 2조100억원을 달성하면서 최초로 2조원을 돌파했지만, 2014년 1조9700억원으로 다시 2조원대가 무너져 박 대표의 어깨가 무거웠다.
농심은 주력 품목인 라면과 함께 생수 사업에서도 집중적인 투자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2000억원을 투입해 백산수 신공장을 준공한 농심은 국내외에서 늘고 있는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2017년 신규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이를 통해 3개 라인에서 백산수를 생산하고 있다. 농심은 백산수의 수출도 확대하고 있다. 첫 수출국인 홍콩에 이어 앞으로 대만, 인도네시아 등 주요 동남아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11월까지 백산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5% 성장했다.
한편 농심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66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 감소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8% 줄었다.
미국 뉴욕에서 선보이고 있는 농심 신라면의 버스 광고 모습. 사진/농심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