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활동하다 ‘비위혐의’로 검찰에 원대 복귀한 김태우 수사관의 ‘입’에 정치권이 휘청거리고 있다. 김 수사관의 일방적인 주장을 일부 언론이 여과 없이 보도하고, 이를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이 정치 쟁점화하면서 청와대는 곤혹스런 모습이다.
1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검찰 6급 직원인 김 수사관은 이명박·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에서도 특감반원으로 활동한 ‘첩보기술자’로 알려졌다. 당초 내년 1월 정기인사로 검찰복귀가 예정됐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5급 ‘셀프인사’ 시도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지인이 연루된 뇌물사건 문의 ▲민간업자 골프 향응수수 등이 문제가 돼 지난 달 중순 검찰에 복귀해 징계를 기다리는 신세다.
그러나 김 수사관이 지난 14일 언론을 통해 자신이 청와대에서 쫓겨난 것은 비위 때문이 아닌 지난해 9월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비리 의혹’을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비서실장 등 상부에 보고했기 때문이라며 반전을 꾀했다. 또 자신이 특감반원 시절 작성했다는 ▲비트코인 동향(전직 총리 아들 포함) ▲민간은행장 동향 ▲외교부 간부 사생활 관련 동향 ▲개헌관련 정치권 동향 등 첩보 보고서 목록을 공개하고 청와대 윗선이 사실상 ‘민간인 사찰’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특감반 정보보고 절차를 자세히 소개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특감반이 첩보를 수집하면 본연의 업무에 해당하는 첩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불분명한 내용, ‘불순물’이 함께 묻어 들어온다”면서 “이를 특감반 데스크, (이인걸) 특감반장, 반부패비서관 등 3단계 검증을 거쳐 업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첩보는 폐기된다”고 설명했다.
즉 민간인 사찰 위험성이 있는 정보는 특감반 단계에서 거른다는 것이다. 또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정보 수집은 법령에 규정된 본연의 업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고위 공무원에게 민간인이 뇌물을 줬다면 공무원과 민간인 모두 조사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 민간인 조사를 사찰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청와대의 설명에도 일부 언론과 한국당은 ‘민간인 사찰’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수진영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다른 것이 없다’는 논리로 문재인정부 도덕성에 흠집내기를 시도하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한국당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청와대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운영위원회를 개최해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8일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의 본질은 민간인 사찰”이라며 “청와대가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와대도 정면대응에 나섰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정부는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을 단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면서 “문재인정부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민간인 사찰’이라고 하면 과거 정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지시에 따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특정 민간인을 목표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정부는 엄청난 인력과 자금을 지닌 국가정보원을 깨끗이 놓아버린 정부”라며 “그래놓고 10명도 채 안 되는 특감반원들을 데리고 민간인 사찰을 한다는 게 납득이 되느냐”며 정치권과 언론의 상식적 판단을 거듭 당부했다.
김의겸 대변인이 17일 청와대 춘추관룸에서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