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경제 3~4년 후가 걱정…미래 성장동력 찾아야"

이주열 총재, 송년간담회 개최…"반도체 성장세 지속 자신할 수 없어"

입력 : 2018-12-19 오전 9:04:3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지난해 이후 반도체 호황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지만, 앞으로 3∼4년 후 또는 5년 후를 내다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경제의 향후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이상 대처를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반도체가 성장세를 지탱하고 있지만 이것도 얼마만큼 지속할지 자신할 수 없다"며 "반도체 경기가 급락하고 일부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서 치고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세계 도처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미래 경제를 선도할 첨단 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과 경쟁이 기업, 국가 차원에서 숨 막힐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나 바깥 세상에 비해 우리 내부의 변화는 아직 더디기만 하다"며 "새로운 선도산업의 육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같이 공감하면서도 이를 위한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는 당사자들의 이해상충, 기존 사고방식과 관행 등에 가로막혀 그 성과가 미진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 경제 주체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운다면 장기적으로 그 이익도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저출산·고령화나 부문간 불균형 같은 구조적 문제가 점점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몇 년 후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새로운 각오로 미래 성장동력이나 선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대외 리스크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와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개방도와 실물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결정과 관련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계속 유지될 경우 금융불균형 확대로 우리 경제 취약성이 한층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그 성과가 당장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 통상 인기가 없는 정책이지만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요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면서도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내년에는 기업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계획이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로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에 대해서는 "국내 경제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체감경기와 투자 그리고 특히 고용 사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서울지역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금융 불균형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내년 경제와 관련해서는 "내년도 거시경제 흐름이 올해보다 크게 악화할 것 같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 경로에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잠재해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하면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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