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친일파의 호칭을 딴 서울 성북구의 ‘인촌로’의 명칭이 ‘고려대로’로 바뀐다.
성북구는 기존 인촌로를 거주지로 등록한 주민 9118명 중 58%인 5302명이 명칭 변경에 서면 동의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35%는 재개발·전출·부재 등으로 성북구와 아예 접촉하지 못했고, 나머지 7%가 반대했다. 반대 사유로는 편의상 유지, 다른 도로명 선호, 과거사 청산에 대한 거부감 등이 있었다.
도로명주소법에 따라, 성북구는 과반수를 얻은 도로명 변경사항을 오는 24일 이전까지 고시하며 이후 도로명판·건물번호판 교체, 거주민에게 방문 고지, 도로명 주소 고지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안으로 바뀐 명칭을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인촌로는 서울 지하철 6호선 보문역부터 고대앞사거리까지 이어지는 1.2㎞ 구간으로, 인촌로 및 연결도로 27개의 도로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안내시설로는 도로명판 107개와 건물번호판 1519개가 있다.
인촌로에 호가 들어간 인촌 김성수는 지난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 관련자’ 704명의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중일전쟁 이후 매일신보 등에 일제 징병·학병을 지지하는 글을 싣는 등 친일행위를 저질렀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건국공호훈장을 취소하고 생가·동상 등 현충시설 5곳을 해제하고 있다.
성북구는 작년 4월 김성수에 대한 대법원의 친일행위 인정 판결과 지난 2월 훈장 취소 결정을 계기로 인촌호 명칭 직권변경을 추진해왔다. 성북구도로명주소위원회를 통해 '고려대로'를 포함한 복수의 새 명칭을 고안하고, 주민 설문조사 등으로 최종 선택지를 도출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성북동 심우장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으니, 인촌로 도로명 변경은 성북구의 당연한 노력”이라며 “특히 이번 바른 역사세우기 정책이 시행되는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인만큼, 주민에게 불편 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인촌로 도로표지판. 사진/성북구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