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90년대 그룹 출신 대거 전면 포진

신동빈 회장, 그룹 경영 초창기…황각규 부회장도 같은 시기 몸담아
친정체제 강화, 2인자 굳히기 해석

입력 : 2018-12-20 오후 1:29:29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롯데 연말인사에서 90년대 그룹 출신의 대거 약진이 부각된다. 당시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서 복귀해 그룹 부회장을 처음 맡았던 시기다.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황각규 부회장도 그 때부터 그룹 수뇌부에 몸담았다. 당시 경험을 공유하면서 꾸준히 신임을 얻은 인물들이 ‘뉴롯데’에서도 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배경으로 신 회장이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황 부회장이 확실한 2인자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20일 “통상 재벌 그룹 회장이 개별 임원 인사에 깊이 관여하진 않는다”라며 “최고위직 인사를 정하면 나머지는 믿고 맡기는 식”이라고 말했다. 인사철 전면에 배치된 최고경영진은 대개 측근이나 실세라는 얘기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롯데지주 출범 당시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 부회장이 그룹 BU장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전날 발표된 승진 및 주요 보임 인사 명단에 오른 인물들을 살펴보면, 90년대 당시 오성엽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 사장은 그룹본부 경영관리실에 몸담았다. 이영구 롯데칠성 음료BG 부사장은 롯데정책본부에 있었다. 마찬가지로 정부옥 롯데지주 HR혁신실장 부사장도 롯데경영관리본부에 있었다. 전영민 롯데인재개발원장 전무는 롯데정책본부 출신이다.
 
이번에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장을 맡은 윤종민 사장은 당시 그룹 기획조정실에 있었다.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은 임병연 부사장은 롯데정책본부를 거쳤다.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맡은 박현철 부사장은 롯데경영관리본부와 롯데정책본부에서 일했다. 호텔롯데 롯데리조트 대표가 된 고원석 전무는 롯데경영관리본부 법무 소속이었다. 그밖에도 롯데렌탈 대표이사 이훈기 전무는 롯데기획조정실, 롯데캐피탈 대표이사 고정욱 전무는 롯데경영관리본부를 경험했다. 전체 인사 명단에서 이들 임원이 40% 가까이 된다.
 
직전까지 HR혁신실장을 맡아 이번 인사평가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윤종민 사장은 황각규 부회장과 서울대 동문이기도 하다. 윤 사장은 황 부회장의 깊은 신임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사 명단에서 이동우 LC타이탄 대표이사 전무와 임병연 부사장, 이훈기 전무 등 서울대 출신이 더 있다. 이들은 황 부회장과 전공(화학공학)도 같다.
 
앞서 황각규 부회장은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과 그룹 2인자 자리를 공유했으나 이번 인사에서 소 위원장은 물러났다.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지주체제로 바꾼 뉴롯데를 시동하려는 가운데 황 부회장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비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재영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