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에 '사람중심의 농정개혁'을 본격화한다. 농업을 경제적 가치 중심에서 공익적 가치로 확장하고, 농업인들을 좋은 식품을 만들면서 환경을 지키는 주체로 키운다는 것이다. 특히 공익형 직불제로 농정 틀을 바꿔 중소농가의 소득을 보전하면서도, 농가 스스로가 '사회적 책임 농업'을 선도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24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직불제를 내년 상반기 중 농업계 지원 대상을 대농, 쌀 중심에서 중소농과 밭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면서 쌀 이외의 다른작물과 중소 농가소득 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직불제는 정부가 자유무역 확대 등으로 어려워진 농가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해 작물종류와 생산 규모에 맞춰 지급해주는 보조금이다. 현재 쌀 직불제는 논 면적당 일정한 금액을 정부가 직접 지불해주는 고정직불제와 쌀의 시장가격이 국회가 설정하는 쌀 목표가격보다 하락 시 하락분의 85%를 보전해주는 변동직불제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작년 기준 약 81%의 직불금이 쌀에 집중돼 상당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쌀에 집중된 직불금은 쌀의 생산유인으로 작용해 감소 추세에 있는 쌀 수요와 맞물려 심각한 쌀 수급불균형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쌀 중심의 직불체계를 공익형으로 개편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급 요건과 단가가 다른 쌀·밭·조건불리 직불제를 하나로 통합하고, 작물과 가격에 상관없이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소규모 농가에게는 경영 규모와 관계없이 일정액을 지급해 경영규모가 작을수록 면적당 지급액이 많아지도록 할 계획이다. 현 직불제는 상위 2.9% 농가가 전체의 25%를 수령하고 하위 71.6% 농가가 28.5%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쌀 이외의 농가와 중소규모 농가의 소득안정 기능이 미흡한 실정이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도 강화한다. 생태·환경 관련 준수의무를 강화해 농가가 생태교란식물을 제거하거나 영농폐기물을 공동 수거하는 식이다.
농식품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시행방안을 확정해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2020년부터는 이를 실제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농업인단체와 학계가 참여하는 개편협의회를 중심으로 공론화 과정도 거친다. 이미 지난달 8일 농식품부는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등 의원 14명은 이에 발맞춰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쌀값안정이 이뤄져야 농가경제가 지지될 수 있어 직불금 용도는 최소한의 소득안정장치가 돼야 한다"며 "직불금은 농촌에서 밭에 씨 뿌리거나 논에 물 대는 사람들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상당히 기여하는 만큼 직불제 개편을 농정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다만 개편 직불제를 어떻게 조기정착 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일단 보완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내년에 논 5만5000㏊를 대상으로 쌀 생산조정제(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를 실시해 쌀 생산감축에 들어간다. 또 쌀 수급상황에 따라 생산조정·시장격리·방출 등과 같은 조치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내년 하반기까지 마련한다. 이를 위해 우선 쌀 적정가격대를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적정가격대를 설정하면 가격·수급 상황에 따라 시장격리와 방출 물량을 조정해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한다.
정부 관계자는 "제대로 된다면 직불금제도가 도입된 이후에 획기적인 농정 개혁이 될 것"이라며 "우리 농업 현실에 비춰 볼 때, 농업·농촌의 발전을 위한 정책에 앞서 농업·농촌의 생존을 위한 정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이것이 공익형 직불제 개편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