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정부가 올 초 계획으로 제시했던 통신 관련 정책 중 보편요금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반면 분리공시제는 실현되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 초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대로 지난 6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보편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출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 요금에 데이터 1기가바이트(GB), 음성 200분을 제공해 저가 요금제에서도 최소한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이 시장 자율에 맡겨달라며 법제화에 반대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정부의 방안보다 혜택을 늘린 월 3만3000원(25% 할인 시 2만4750원)에 데이터 1.1~1.3GB와 음성·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국회에서도 법으로 보편요금제 출시를 강제하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며 보편요금제 법제화는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유도해 당초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초 통신 관련 업무계획으로 제시했던 휴대폰 출고가 국내·외 가격비교와 온라인 판매 가이드라인은 실행에 옮겼다. 국내·외 휴대폰 가격비교 사이트는 지난 5월2일부터 오픈됐다. 비교대상은 한국을 포함한 총 17개국의 11개 단말기다. 각 국의 1위와 2위 이통사 출고가와 제조사가 판매하는 자급 단말기의 가격을 비교했다. 방통위는 이 사이트에 비교 항목을 추가해 소비자들이 국내·외 단말기 가격을 비교하고, 제조사들이 국내에서 더 비싸게 가격을 책정하지 못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동통신 서비스 및 단말장치 온라인 판매 가이드라인은 이달 1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온라인 판매점은 홈페이지에 사전승낙·인증마크를 부착하고 이용자가 마크를 클릭하면 판매점과 대리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확한 판매정보 표시를 위해 판매자는 '0원·공짜' 등의 표현을 쓸 수 없다. 지원금에 대해서도 '사과 40개(40만원)'와 같은 음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일선 휴대폰 유통망에서는 회의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인력이 부족한 방통위가 수많은 온라인 휴대폰 유통망을 모두 감독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유통망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망이 온라인 불법 행위를 신고하고 이를 처벌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리공시제는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분리공시제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단말기 지원금을 구분해 공개함으로써 단말기 가격의 인하를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법제화가 추진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들은 법제화된다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더라도 제조사들이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할지에 대해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국회에는 분리공시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계류 중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달 10일 열린 하반기 방송통신 정책고객 대표자 회의에서 "분리공시제를 위한 단통법 등 일부 법률의 개정이 완료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