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잠적' 신재민, 병원 후송…발견 당시 '의식명료'

지인에게 극단적 선택 암시·유서 남겨…생명 지장 없지만 안정 필요

입력 : 2019-01-03 오후 3:02:33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청와대 적자 국채 발행 압력' 등을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예고하고 잠적했으나 경찰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3일 오후 12시40분쯤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모텔에서 신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발견 당시 신씨는 '의식명료'상태로 생명에 지장이 없었지만 안정을 취할 필요가 있어 병원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3일 오후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거주지로 추정되는 서울 관악구 한 고시원 건물이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이날 오전 8시40분쯤 대학 선배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선배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수색에 나서 반나절만에 상황이 종료됐다. 경찰은 수색 과정에서 신씨가 살던 신림동의 한 고시원에서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와 휴대전화를 발견했으며, 이 전화기는 신씨 선배가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신씨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신씨의 행방을 경찰이 찾고 있던 이날 오전 11시20분쯤엔 신씨 모교인 고려대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신씨가 작성했다는 유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행정부 내부 문제에 대한 근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제가 너무 경박하게 행동한 것 같다"면서 "그래도 제가 죽어서 조금 더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내부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 비상식적 정책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결정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라고 말했다.
 
앞서 신씨는 지난해 12월29일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 "(청와대가)KT&G 사장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고 정부는 2대 주주인 기업은행을 동원해 영향력 행사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에는 고파스에 글을 올려 "부가 1조원 규모의 국채매입(바이백)을 하루 전날 취소했고 청와대가 적자 국채를 발행하라고 압박하는 등 대규모 초과 세수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같은 달 31일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신 전 사무관은 KT&G 관련 자료 유출 당시 업무 담당과인 출자관리과가 아닌 국고과에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KT&G 건에 대해서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위치에 있지않았다"며 "KT&G 건 관련한 신재민 전 사무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작년 11월 적자국채 추가 발행 여부와 관련해 국채 조기 상황 및 적자국채 발행 관련 청와대의 강압적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당시에 적자국채 추가 발행 여부와 관련해 세수여건, 그다음에 당시에 시장 상황 등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을 감안해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의견이 모아짐에 따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전날 신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 위반 및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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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