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남·북한 모두에게 새해 키워드는 경제다. 문재인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아 민생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밝힌 ‘경제개발 총력노선’에 걸맞은 결과를 내야한다는 절박함이 각각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남북 정상의 올해 신년사에서도 드러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사 대부분을 경제문제에 할애했다. 지난해 경제문제와 함께 촛불정신·한반도 평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것과 대비된다. 언급한 단어 수부터 차이가 난다. 올해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 단어를 총 25회 언급했다. 지난해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의 모두발언 형식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경제를 9회 언급했던 것에 비해 3배에 달한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신년사에서 ‘북한’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점도 특이할 만하다. 총 9회 언급한 ‘평화’도 “평화가 우리 경제에 큰 힘이 되는 시대를 반드시 만들겠다”는 식으로 주로 경제문제와 연관지어 설명했다. 지난해 문재인정부 정책기조였던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등을 둘러싼 논란 속 국정지지도가 40%대로 추락한 가운데 경제정책 성과내기에 매진하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실제 문 대통령은 신년회 행사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진행하고,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는 것으로 경제살리기 기조에 방점을 찍는 중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지난 1일 김 위원장 신년사에서 ‘인민’(57회)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경제’(37회)였다. 지난해(21회)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10회 언급된 ‘평화’도 25회로 늘어난 반면 ‘핵’(22회→4회)과 ‘전쟁’(11회→3회)은 대폭 줄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부적 목표가 ‘경제’로 더욱 분명해졌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평화무드를 조성·유지할 것임을 재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기존 ‘핵·경제 병진노선’을 대신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선언한 상태다.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내놓은 경제개발 5개년 전략도 4년 차로 접어드는 가운데, 경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시급해졌다. 북한 노동신문이 4일자 사설에서 “지난 3년 간 난관 속에서도 자체 힘과 기술로 5개년 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투쟁에서 괄목할 성과들을 이룩했다”며 “올해 ‘자력갱생대고조’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려야 5개년 전략고지 점령을 위한 결승주로에 들어설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가 필수인 가운데 이를 둘러싼 북미 간 기싸움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의 전제조건 없는 재개 용의를 표명한 것도 대북제재 제재에 우리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용의를 두고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다른분야 투자보다 당장 현실성이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5월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