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길었던 부진의 끝이 보인다. 지난 2013년 5월 대리점 영업사원 폭언 파문에서 비롯된 남양유업 사태는 두 달 만에 대리점주와의 상생협약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른바 '갑의 횡포' 여파는 당시 대대적인 불매 운동 등으로 남양유업을 수렁에 빠뜨렸다.
이 때문에 2012년 매출액 1조3650억원, 영업이익 637억원을 기록했던 남양유업은 2013년 매출액 1조2298억원, 영업손실 17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후 2014년에는 매출액 1조1517억원, 영업손실 260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2015년 매출액 1조2150억원, 영업이익 201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선 것에 이어 2016년 매출액 1조2391억원, 영업이익 418억원으로 점차 회복했다.
하지만 2017년 매출액 1조166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51억원으로 다시 전년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이 8049억513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9억7058만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무려 49.9% 증가하면서 다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선방에도 이정인 대표이사는 임기 1년 만인 지난해 12월 돌연 사임했다. 남양유업은 사임의 사유를 "개인적인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사임에 의아하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이 전 대표는 2017년까지 딜로이트컨설팅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대표를 역임하는 등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남양유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표가 외부 인사란 점이 사임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남양유업은 현재 이광범 이사가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남양유업은 이 전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해 다양한 신제품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특히 '맛있는우유 GT 슈퍼밀크'는 5월 출시 이후 100일 만에 일일 판매량 50만개를 돌파하는 등 제품 트렌드 변동성이 낮은 우유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인기를 얻었다. 또 남양유업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목장의 원유를 사용한 '옳은 유기농 딸기 우유', '옳은 유기농 바나나 우유' 등 프리미엄 가공유도 출시했다. 남양유업의 우유 제품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분유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50%로 1위인 남양유업은 그해 12월 기존 '미숙아분유'를 리뉴얼한 '임페리얼 드림 XO 이른둥이'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체중 2.5㎏ 이하의 저체중아 또는 재태 기간 37주 미만의 이른둥이를 위한 특수조제식으로 남양유업은 11년째 가격을 동결해 판매한다. 남양유업은 앞으로 성장세가 예상되는 케어푸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분유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출시를 목표로 제품을 준비 중"이라며 "현재 구체적인 콘셉트를 논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옳은 유기농 우유' 3종 제품 이미지. 사진/남양유업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