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BBQ 가맹점주가 본사에 대한 불만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가격 인상 등 문제로 본사와 갈등을 겪었던 BBQ 가맹점주들이 10일 '전국BBQ가맹점사업자협의회(이하 협의회)'를 발족했다.
손영수 협의회 공동의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가맹본부로부터 부당한 거래가 이뤄졌다"라며 "일방적인 초도 상품 구매 강제, 전단지 강매, 밀어 넣기, 상품권 판매 강요, 가맹계약 해지 압박에 대해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사에 현재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라면서 "2017년 7월 본사 경영진을 앞세워 발표한 9개 항목의 '가맹점과의 동행 방안'이라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BBQ는 2017년 가격 인상 후 비난 여론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 현장 조사가 이뤄지자 인상을 철회하면서 '가맹점과의 동행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가맹점과의 동행위원회 설치 ▲필수품목 최소화와 마진공개 등 투명한 정보공개 ▲성과공유를 위한 패밀리주주제도 ▲본사 내 자체 패밀리 분쟁조정 위원회 설치 및 운영 ▲복지 사각지역에 패밀리와 함께 하는 치킨 릴레이 실시 등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제대로 실천이 되고 있는 것은 가맹점주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치킨 릴레이' 하나 뿐"이라며 "본사는 동행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이는 기존 운영위원회의 명칭만 변경한 본사의 기구 중 하나일뿐이어서 가맹점 의사 수렴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족식에는 전국에서 BBQ 가맹점을 운영하는 70여명의 점주가 참석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가맹점 수를 보유한 BBQ 점주들의 단체 결성에 대해 치킨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 상위권 2곳이 가맹점 단체를 만들면서 다른 업체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BBQ는 가맹점 수가 1659개로 치킨 프랜차이즈 중에서 가장 많았고, 매출액으로는 교촌F&B, bhc에 이어 3위였다. BBQ 외에도 현재 전국비에치씨가맹점협의회가 결성돼 있다.
'오너 리스크'로 피해를 본 가맹점에 배상하도록 한 일명 호식이방지법(가맹거래법)도 올해 시행됐지만 이슈는 계속된다. 이달 1일부터 '오너 리스크' 배상 책임을 가맹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한 가맹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 개정안은 가맹본부나 그 임원이 위법 행위나 가맹사업의 명성·신용을 훼손하는 등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로 점주에게 손해를 입히면 배상 책임에 관한 사항을 가맹계약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지난 2017년 당시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강제추행 혐의 사건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호식이방지법으로도 불린다. 그해 최호식 회장은 20대 여직원에게 신체 접촉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같은 해 호식이두마리치킨의 매출액은 528억원, 영업이익은 79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8.79%, 35.53% 줄었고, 가맹점 수도 전년 935개에서 884개로 감소했다.
BBQ 역시 갈등 국면이 번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의 자녀 유학자금 횡령 혐의와 관련해 서울 송파구에 있는 BBQ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으며, 이 수사 상황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BBQ 가맹점이 매출 등에 피해를 보더라도 현재 시행 중인 가맹거래법 개정안의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팀장은 "가맹거래법 개정안은 손해 배상을 가맹계약서에 기재하도록 하는 등 사전 예방에 불과해 고민할 부분이 있다"라며 "가맹점 손해에 대한 사후 구제측면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하므로 법 개정과 관련한 활동을 추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흥모 협의회 공동의장은 윤 회장의 혐의와 관련한 수사에 대해 "본사의 구조적인 문제를 견제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본다"라면서 "다만 그것은 사법적 판단에 맡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보다는 가맹점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활동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전국BBQ가맹점사업자협의회 발족식에서 손영수 협의회 공동의장이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