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9)자율주행·로봇·무인배송…적응할 준비 됐나요?

(현장에서)첨단 기술 질주하는 외국 바라만 보는 한국, 도태될 것

입력 : 2019-01-11 오전 12:00:00
[라스베이거스=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미래 기술의 향연이라 불리는 'CES 2019'가 화려한 막을 올렸던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접한 지구 반대편의 소식. 택시 기사 한 명이 분신을 시도했다고 한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다. 이유는 모두 같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시행 반대다. 사실 그들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카풀을 막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계 전반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카풀 이외에도 택시 산업을 위협할 요인은 많다. 
 
CES 2019를 지켜보며 택시 산업의 판도를 뒤흔드는 것은 자율주행 자동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인공지능(AI), 5G,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등 이번 전시회를 수식하는 키워드는 많았지만 그 중 단연 핵심은 '자율주행'이었다. 수 년 내로 자율주행차가 거리에서 활보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결코 과하지 않았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은 일제히 자율주행 솔루션과 신개념 자동차들을 선보였다. 세계 최대의 가전·IT 전시회가 일순간 모터쇼로 변모했다. CES와 비슷한 시기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폐지설까지 나돌았다.  
 
지난 8일(현지시간)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 중인 CES 2019를 참관했다. 사진은 기아자동차 부스를 방문해 전시물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기아자동차
 
자율주행은 전자업계에서도 핫한 화두다. 자동차가 '전자화'가 된다는 것은 동참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LG전자는 ZKW를 각각 인수해 전장 영역에서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고 소니는 이미지 센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자동차 부문으로까지 확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파나소닉도 자율주행 콘셉트카 '스페이스-L'을 통해 전자 업계에서 추락한 위상 회복을 꾀하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한 다수의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들이 자동차 업체 부스가 밀집한 노스홀에서 목격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모빌리티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7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CES 2019에서 삼성봇 리테일을 공개했다. 사진/삼성전자
 
자율주행차와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은 로봇 역시 기존 산업의 변화를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로봇 사업에서 선발 주자임을 자처했던 LG전자는 물론 삼성전자, 소니, 네이버, 혼다 등이 CES 2019에서 각양각색의 로봇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 로봇들은 인구 구조나 생활 환경 변화에 따라 삶의 편의성과 즐거움을 높여주겠지만,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길 안내, 음식 서빙, 물류 이동 등의 단순 업무에서 사람이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음성 인식 기술이 기계 스스로 사고할 수 수준에까지 오르면 사람들은 대화 상대로서의 가치 마저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9일(현지시간) CES 2019에 전시된 중국 JD닷컴의 무인 카트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자율주행과 로봇이 결합된 유통 혁명도 현실이 되고 있다. 이 영역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중국 업체들의 참여가 전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혁신 기술을 선보이는 중국 기업들은 적지 않았다.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수년 전부터 드론 배송을 실시하고 있는 중국 온라인 유통업체 JD닷컴은 간단한 짐을 운반해주는 무인 카트를 소개했다. 이 카트는 현재 중국 내 일부 대학에서 시범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JD닷컴은 또 다양한 형태의 로봇과 결합할 수 있는 이동 솔루션도 개발을 마치고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음식 배달 서비스 메이투안은 무인 배송 카트에 지문, 안면인식 등의 생체인식 기술을 적용했다. 사전에 입력된 생체 정보의 주인만이 배달된 음식 카트를 열 수 있다. 이 과정은 모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진다. 
 
CES 2019에서 확인한 세상의 변화는 놀랄만큼 빨랐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서비스가 이미 이웃 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구현되고 있는 것도 적지 않았다.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우리는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날로 진보하는 기술의 편의에만 취해 있을 수 없고, 이미 대세가 된 변화의 흐름에 저항을 할 수도 없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라스베이거스=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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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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