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계약시 '원사업자가 안전책임' 명시

대금미지급 땐 유치권 행사…공정위, 9개 업종 표준계약서 손질

입력 : 2019-01-13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과 제조업 등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분야에서 사용되는 표준하도급계약서상 안전관리 책임 주체를 ‘원사업자’로 규정했다.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 원사업자 소유 건물 등에 대해 유치권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 불공평한 거래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9개 업종의 기존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개선했다고 13일 밝혔다. 표준하도급계약서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 갑을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가 보급하는 계약서다. 현재 공정위는 42개 업종을 대상으로 표준계약서를 보급하고 있다. 다만 계약서 사용은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다. 
 
개선된 표준하도급계약서는 건설(정보통신공사업, 해외건설업)과 제조(조선업, 조선제조임가공업, 가구제조업, 해양플랜트업), 용역(방송업, 경비업) 등 8개 분야와 지난해 하도급 서면실태조사에서 표준하도급계약서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제지업종 등 총 9개 업종이다.
 
우선 공정위는 예외 없이 9개 업종 전부에 대해 안전관리 책임의 궁극적 주체가 원사업자임을 명시했다. 또 안전관리 업무에 드는 비용 역시 원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동원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 기업거래정책과장은 “9개 업종은 업종특성상 각종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안전관리비를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수급사업자는 하도급대금을 이유로 원사업자 소유의 물건을 점유할 수 있는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도급법에 위반되는 부당특약은 효력이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부당특약에 따라 비용을 부담한 수급사업자는 이에 해당하는 금액의 지급을 원사업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업종별로 세부내용을 보면 방송업에서는 수급사업자가 제작한 방송콘텐츠의 지식재산권은 원칙적으로 수급사업자에게 귀속되도록 했다. 또 제작과정에서 원사업자의 기여 비율에 따라 지식재산권을 공동으로 가지도록 규정했다.
 
정보통신공사업종에서는 공사대금 지급보증 및 계약이행 보증과 관련해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보증기관 이용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고, 건설폐기물 처리에 드는 비용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도록 정했다.
 
지난해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최한 조선사 하도급문제 해결을 위한 을지로위원회 간담회에서 김상조(왼쪽 세번째) 공정거래위원장과 삼성중공업 피해대책위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비업종은 CCTV나 무전기 등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유상으로 제공하는 사급제 대금이 과도하게 책정되지 않도록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협의를 거쳐 제공케 했다. 해외건설업종은 원사업자 공사현장이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해당 국가법을 적용해 수급사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외건설공사계약의 준거법을 현지법인의 소재지국법 및 한국법으로 하면서 양 국가의 법이 다를 경우 수급사업자에게 유리한 국가의 법을 적용한다.
 
해양플랜트업종은 목적물 제작이나 품질향상을 위해 필요한 경우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제작기술, 공법에 관해 기술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하되 발생 비용은 원사업자가 부담하도록 조치했다.
 
조선업종은 원사업자와 발주자 간에 체결된 계약의 내용에 대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 인해 원사업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수급사업자는 배상책임이 없음을 규정했다. 조선제조임가공업종에서는 원사업자가 기성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수급사업자는 위탁받은 제조임가공 작업을 중단할 수 있다.
 
가구제조업종은 원사업자의 부당 반품으로 인한 수급사업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부당반품 행위유형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새롭게 제정된 제지업종은 제지업종 제품 제조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특수가공 처리방법에 관해 기술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발생 비용은 원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수급사업자가 재하도급을 하는 경우에도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해 체결한 하도급계약서를 교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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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장은 “올해는 게임용소프트웨어 개발·구축업종에 대한 제정을 추진하고, 자동차, 전기, 전자업 등 10여 개 업종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거래현실 및 시장상황의 변화를 고려해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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