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시장 회복을 위해 ▲SUV ▲신차 ▲제네시스의 3개 키워드를 제시했다. 특히 미국의 높은 SUV 선호도를 고려해 기존 세단 중심에서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 등을 출시해 라인업 강화를 추진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올해를 'V자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어,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인 미국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14일 올해 SUV 라인업을 필두로 한 신차 모멘텀을 앞세워 미국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실적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몇년간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차는 2016년 77만5005대에서 2018년 67만7946대로 12.5% 감소했다. 기아차도 같은 기간 62만5818대에서 58만9763대로 5.8%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8.0%에서 7.2%로 0.8%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SUV를 중심으로 신차 라인업을 대거 보강하며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 기아차는 오는 1분기 중 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출시한다. 텔루라이드는 북미 전용 SUV로,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미국 고객만의 취향을 반영해 개발한 첫 모델이다. 텔루라이드는 지난 2016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카가 공개됐으며, 이번 2019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양산형 모델이 첫 공개된다.
현대차도 지난해 11월 국내출시된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하반기 미국시장에 선보인다. 현대·기아차 모두 올해 미국 대형 SUV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현대차는 코나-투싼-싼타페-펠리세이드, 기아차는 니로-스포티지-쏘렌토-텔루라이드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고전하는 원인으로 '부족한 SUV 라인업'을 지목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시장은 SUV, 트럭 등 대형 차량을 선호하고 있는데, 현대·기아차는 자신들의 전문 분야인 세단에 지나치게 치중했다"면서 "시장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한 점이 몇년간 판매 부진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연간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0.6% 증가에 그쳤고 승용차 판매는 13.3% 감소했지만 픽업트럭을 제외한 SUV, CUV, MPV 차종 판매는 8.7%나 증가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차는 코나, 신형 싼타페, 투싼 페이스리프트 모델, 수소전기차 넥쏘 등을, 기아차는 쏘렌토 페이스리프트, 니로 EV 등을 미국시장에 출시했다"면서 "이를 통해 미국 공략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올해는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SUV 출시와 더불어 주력 차종인 '쏘나타'와 '쏘울' 신차도 선보인다. 현대차는 하반기 신형 쏘나타를 출시할 계획이며, 기아차는 신형 쏘울을 1분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시장 안착에도 주력한다. 2015년 출범한 제네시스는 2016년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G80'와 'G90'는 7714대, 2203대가 판매돼 전년보다 각각 52.4%, 50.1%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G70는 3개월 동안 408대에 그쳤다.
제네시스는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와 판매망을 공유해왔지만 1분기까지 전담 딜러망 선정을 완료해 프리미엄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전용 딜러망 확충, 차종 확대 공급으로 판매 반등을 모색한다.
미국에서 제네시스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G70는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선정하는 '2019 올해의 차'에 선정됐으며, '2019 북미 올해의 차' 승용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의 '2018 신차품질조사'에서 31개 전체 브랜드 중 제네시스가 1위를 기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신년사에서 미국 등 핵심시장 회복을 강조했다. 사진/현대차그룹
한편, 정 부회장은 최근 미국시장 등 글로벌 핵심시장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대규모 인적쇄신을 단행해 체제를 강화한 만큼, 실적 개선을 통해 경영성과를 입증한다는 복안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정 부회장은 "미국, 중국 등 주력시장 사업을 조기에 정상화할 것"이라며 "제네시스는 SUV를 비롯한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해외법인장 회의에서도 "2019년을 V자 회복의 원년으로 삼아야하며, 핵심시장 수익성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현대·기이차의 미국시장 실적 개선이 쉽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난 4년간 1723만~1743만대 수준을 기록했던 미국 자동차 시장 수요가 올해 1700만대를 밑돌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자동차 고율관세 부과 움직임이 올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일본 업체들이 엔저효과로 경쟁력이 높아진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