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 '얼굴 없는 천사', 9년째 쌀 기부

2011년부터 2700포 배송…또다른 선행으로 이어져

입력 : 2019-01-14 오후 5:10:19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매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 300포를 기부하고 있는 얼굴 없는 천사가 9년째인 올해에도 쌀을 기부했다.
 
서울 성북구는 14일 아침 성북구 월곡2동 주민센터에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20kg 포장쌀 300포대가 도착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부터 9년째로 지금까지 총 2700포, 시가 1억5000여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번에도 기부자는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든든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잘 부탁한다”는 짤막한 전화만 걸어왔다. 기부자는 자신의 정체가 들키면 더이상 기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성북구와 주민센터가 추적을 포기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정체' 들킬뻔 한 성북구 ‘얼굴 없는 천사’) 일부 주민은 쌀 기부 후 꼭 10년이 되는 내년에 '천사'가 정체를 드러낼지 모른다고 고대하기도 했다.
 
그동안 선행은 또다른 선행을 낳기도 했다. 쌀을 나르기 위해 주민센터로 찾아오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맞춤형 생활소품을 직접 만들어 기부하는 주민, 쌀·금일봉을 전달하는 사람 등이 있다.
 
특히 상월곡실버복지센터의 지역 노인 100명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1인당 1만원씩 성금 100만원을 냈다. '1만원씩 100인 어르신 나눔 참여' 행사를 주도한 김정자(75, 월곡2동)씨는 “동네에서 홀로 사는 노인 대부분은 천사가 보낸 쌀을 받는다”면서 “마을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고령자로서 천사처럼 작은 행복이라도 나누기 위해 지역 노인 100명이 만원씩 모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종종 현장에서 만난 소외이웃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고독감이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할 때가 많다”며 “월곡2동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소외이웃에게 마음 따스한 이웃이 있다는 정서적 지지감을 안길 뿐 아니라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이를 돕는 선행의 선순환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천사의 뜻을 더욱 잘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14일 오전 성북구 월곡2동 주민센터에서 익명 기부자가 보낸 쌀을 나르고 있다. 사진/성북구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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