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해외 의약품 의존도가 절대적인 안구건조증 분야 국산 신약 개발이 잰걸음을 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만큼 개발 성공 시 국산 치료제 자급화는 물론 해외 진출까지 두 마리 토끼를 노릴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일본 다케다제약에 인수·합병된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어의 안구건조증 치료제 '자이드라(성분명: 리피테그라스트)'의 품목허가를 승인했다. 자이드라가 시장에 출시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안구건조증 치료제가 모두 국내에 출시된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FDA 허가를 획득한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앨러간의 '레스타시스(성분명: 사이클로스포린)'와 자이드라 단 두 종뿐이다. 두 전문 의약품 외 점안액과 인공눈물을 비롯한 보조적 치료제는 존재하지만 자이드라 출시로 국내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은 양 강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이 같은 수입 의약품의 시장 장악에 국산 치료제의 현주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사 가운데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개발 중인 곳은 한올바이오파마와 지트리비앤티, 휴온스, 유유제약 등이 꼽힌다.
대웅제약의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는 안구건조증을 유발하는 종양괴사인자(TNF)를 억제하는 신약(바이오베터) 'HL036'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미국 임상 2상을 완료하고, 1분기 내 3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안과 컨퍼런스(OIS@AAO 2018)에서 발표한 임상 2상 결과를 통해 각막손상 억제와 건성안 증세 완화 등의 효능과 안정성을 확인했다. 중국에서도 개발 초기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7년 현지 바이오기업 하버바이오메드와 9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을 체결했다.
미국 자회사 리젠트리를 통해 신약 'RGN-259'를 개발 중인 지트리비앤티는 국내 개발사 가운데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미국 2차 3상까지 완료했다. 당초 지난해 결과 도출이 기대됐지만 1·2차 합계 900여명의 피험자수가 부족하다는 FDA 판단에 추가 임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700명을 대상으로 한 3차 임상 돌입 준비에 한창이다. 희소성 높은 치료제의 개발 막바지 단계에 다다른 만큼 다수의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수출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 중이다.
휴온스는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나노복합점안제(HU-007)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결과를 기반으로 올 상반기 유럽 임상 시험계획(IND) 승인이 목표다. 또 레스타시스의 개량신약 '클레이셔'의 상반기 중국 임상 3상 돌입을 비롯해 태국 특허 등 동남아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포부다.
이밖에 유유제약도 회사의 첫 바이오의약품을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낙점하고 신약 ‘YY-101'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펩타이드 성분을 이용해 눈물층 보존에 그쳤던 기존 치료제 보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올 상반기 마무리 후 곧바로 2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기준 약 4조원 규모를 보인 전 세계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2년 5조4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 세계 시장의 70% 가량을 미국이 차지하고 하고 있지만, 최근 급증한 미세먼지 농도에 국내 환자 역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3년 212만명이던 국내 안구건조증 환자는 2017년 231만명으로 9% 가량 증가했다.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입 의약품 의존도가 절대적인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사진/김안과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