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야간·시간제·온라인 등 ‘저비용·고효율’ 형태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법연수원 폐지 이후 또 다른 ‘법조인 캐슬’이 견고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대안 차원이다.
당초 로스쿨은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닌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도입의 본 취지였다. 그러나 법학적성시험(LEET)과 변호사시험 탈락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이런 취지는 몰각됐다는 것이 학계와 법조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 주최로 열린 ‘온라인 로스쿨 도입에 대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로스쿨 제도는 대학원 과정이기에 상당한 경제적 비용이 소요되는 제도임에도 변호사시험제도 등이 중첩되면서 더욱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귀족스쿨’·‘돈스쿨’이란 오명이 붙을 정도의 폐쇄적 제도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진학기간 3년 동안 ‘전업학생’만 수학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교육과정’과 대학교육 직후 학업 중단 없이 바로 준비해 응시할 수밖에 없는 ‘입학시험’을 지적했다. 현재의 로스쿨 제도는 결국 유치원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교육과정에 충실히 임해오고, 그럴 수 있는 환경에 있었던 ‘동수저’·‘전통적 학생’만이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타개책으로 우선, ‘파트타임’ 로스쿨 제도 등을 도입해 법률가로 진로를 바꾸려는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스쿨 제도의 기원인 미국도 야간로스쿨을 두고 이런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방통대 로스쿨’을 제안했다. Leet를 보지 않고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바탕으로 한 사회경력자를 선발하는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통대 로스쿨은 초기부터 논의돼왔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민주평화당 박준영 전 의원 발의)이 계류돼 있다.
다만, 대안형 로스쿨이 기존 로스쿨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들의 우회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교수는 “이를 차단할 입학전형과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원은 “최근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을 겪으면서 우리사회가 ‘누구를 법조인으로 만들 것인가’와 법조인에 대한 신뢰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요구와 맞물린 것 같다”면서 “좀 더 창의적인 양성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고무적이지만, 결국 졸업해 똑같은 경쟁을 통해 변시에 합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제도 개혁안인 만큼 그간 대안형 로스쿨을 허용치 않은 제도권의 반발도 예상된다. 문상현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장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진·법원·변호사협회 등 여러 의견을 합치시켜야 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미 문재인정부 국정과제로 취약계층 학생을 정원의 7% 이상까지 확대했고, 장학금 마련은 물론 등록금도 사립대는 인하하고 국립대는 동결했다”고 소개했다. 법무부 법조인력과 소속 김인숙 검사는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고 10년간 운영되면서 여러 비판이 있지만 나름 정착한 것으로 본다”면서 “우선 현 제도 하에서 최대한 보완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17일 '온라인 로스쿨 도입에 대한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경민 의원실 제공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