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홍콩상하이 4개 은행, '외환거래 담합' 적발

공정위, 과징금 6억9300만원 부과…밀어주기 담합도 실행

입력 : 2019-01-20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외환파생상품 거래에서 사전 가격을 담합한 4개 외국계 은행에 총 6억9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고객에게 제시하는 가격을 사전에 정해 수요와 공급의 시장질서를 왜곡시켰다는 이유다.
 
공정위는 담합에 참여한 4개 은행에 재발방지 명령과 가격정보 공유 금지명령을 내리고 총 6억9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업자별로는 제이피모간체이스은행이 2억5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홍콩상하이은행 2억2500만원, 도이치은행 2억1200만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500만원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도이치은행, 제이피모간체이스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홍콩상하이은행은 2010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총 7차례 외환파생상품 거래 과정에서 고객에게 제시할 가격을 사전 합의했다.
 
4개 은행은 고객이 다수 은행과 거래하려는 경우 경쟁으로 인한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사실상 가격을 담합했다. 실제 은행들은 2010년 5월 엔·원 통화스왑 거래와  2011년 11월 달러·원 선물환 거래에서 고객에게 유사한 수준의 가격을 제시했다.
 
또 은행들은 고객이 여러 은행 중 하나의 은행과 거래하려고 하면 해당 은행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가격을 합의했다.  2010년 3월과 6월 등 총 5차례 실시된 선물환·외환스왑 거래에서 도이치은행은 홍콩상하이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2개 은행보다 낮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4개 은행 주요 담합내용. 표/공정거래위원회.
 
 
이러한 은행 간 담합은 주로 영업직원들을 통해 이뤄졌다. 영업직원들은 고객으로부터 가격제시를 요청받으면 평소 알고 지내는 다른 은행 영업직원에게 연락해 거래 정보를 공유했다. 영업직원들은 동일한 거래를 요청받은 사실을 확인하면 가격제시 방안을 협의하고 실제 거래진행 과정에서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은행들의 담합으로 외환파생상품 거래에서 고객 비용은 자연스레 증가했다. 단적으로 2010년 5월 이뤄진 엔·원 통화스왑 거래에서 도이치은행은 당초 4.28%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홍콩상하이은행과의 합의에 따라 나머지 은행들의 제시가격인 4.30%와 유사한 4.28%로 수정된 가격을 제시했다. 결국 최종 거래가격은 4.30%로 결정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제재로 공정거래에 대한 은행 업계의 전반적인 인식이 제고되길 바란다"며 "영업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내부통제장치가 마련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통화스왑, 선물환 등 국내 외환파생상품 일평균 거래 규모는 지난 2017년 기준 310억4000만달러로 전체 외환거래(506억4000만달러)의 61.3%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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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