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이지은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국회의 합산규제 재논의에 대해 시장에서 경쟁이 일어나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합산규제 부활에 대한 찬반 입장을 명확히 하진 않았지만 향후 업계내 인수합병(M&A) 모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박 사장은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합산규제를 하자는 쪽은 KT의 유선방송 점유율을 (다른 기업으로) 배분하자는 차원"이라며 "규제를 하지말자고 해도 실질적으로 시장 기능이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박 사장이 언급한 '시장 기능'은 굳이 점유율 규제를 하지 않더라도 유료방송 시장에서 업체 간 M&A로 가입자가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분산될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기업이 시장점유율(가입자 기준) 33%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지난 2015년 6월 3년 기한으로 도입됐다가 지난해 6월 일몰됐다.
당시 합산규제 일몰로 유료방송 시장 1위 KT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의 시장 장악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일었고, 이는 결국 각사의 M&A 모색으로 이어졌다. 실제 KT스카이라이프는 케이블TV 방송사 딜라이브의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방송 1위 CJ헬로를 인수하기 위한 검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IP)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옥수수'를 운영 중인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둔 SK텔레콤도 케이블TV 구매자의 잠재 후보군으로 꼽힌다. 박 사장은 지난 4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 신년인사회에서 "케이블TV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국회의 합산규제 재논의를 두고 이통사의 머릿속이 다시 분주해진 모습이다. 일단 각사는 찬반 입장을 뚜렷이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이날 박 사장은 "한국은 IPTV에게 케이블TV가 졌지만 미국은 반대로 케이블TV가 이겼다"며 "한국에서도 시장이 작동돼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합산규제에 대해 두 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으며 나는 그에 대해 중립적"이라고 덧붙였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역시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한 논의가 기업 간 경쟁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료방송 시장의 재편이 잘 이뤄지고 업계 간 경쟁이 잘 유발될 수 있도록 입법부에서 많은 의견을 청취해 방향을 결정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2일 법안소위에서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이통사와 케이블TV의 인수합병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이통사와 케이블TV 방송사의 인수합병에 대해 심사한다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판단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의 인수를 추진했지만 공정위는 권역별 가입자 점유율을 이유로 이를 불허한 바 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방송통신인 여러분이 기술과 콘텐츠의 발전이 필수적인 5세대(5G) 통신 기반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콘텐츠를 개발해달라"며 "정부는 산업 제재를 없애고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신년인사회에는 이 총리, 이효성 방통위원장,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 전직 장·차관과 지상파 방송사, 종합편성채널, 통신사 관계자 등 약 1000명이 참석했다.
박현준·이지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