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JYP엔터테인먼트(JYP)의 박진영 CCO(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는 초심자의 마음을 소중히 여긴다. 지난 20여년 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터득한 경험 철학이다.
돌이켜보면 그에게 도움을 준 이들 상당수는 ‘날 것’의 눈빛이 살아 숨쉬곤 했다. 신인 가수든, 비즈니스 종사자든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간절함과 겸손함, 열정이 가득 담긴 그 빛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를 포함, 3명이서 시작한 회사는 오늘날 시가총액 1조(지난해 기준)를 돌파한 글로벌 대형 기획사로 성장했다. 20년 전에 비해 약 10배 정도의 성장을 했고, 함께 일하는 직원이 300여명을 넘어섰다. 그런 그가 ‘노스펙’을 선언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직원을 채용하려 한다. 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CCO(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 사진/CJ ENM
24일 낮 2시 서울 상암 ‘슈퍼인턴’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회사가 점점 커지면서 우리 회사 역시 다른 회사와 채용 시스템이 비슷해져 갔다”며 “하지만 지난 세월을 돌아봤더니 회사에 도움을 준 인재들이 음악에 미치고 가수에 미친 분들이었다. 스펙이 없더라도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에 미쳐 살았던 친구들을 어떻게 들여올까 하다가 방송을 엠넷 측에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현재 JYP는 신선한 성장 동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난해 시가총액 1조원을 달성했지만 앞으로 더 큰 성장을 위해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콘텐츠 제작 방식이나 상품 패키징 방식 등 여러 비즈니스 측면에서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그저 하던 대로 ‘열심히’만 해왔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성장 동력을 위해 더 큰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놀랍고 엉뚱한 인재들이 많이 들어와야 할 시점이라 생각했고, 이번 방송이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이날 저녁 8시 첫 방송되는 ‘슈퍼인턴’의 부제는 ‘노스펙 입사 프로젝트’다. 학벌이나 어학보다는 업계에 대한 관심과 분석력을 기준으로 JYP 인턴을 채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서류 전형에만 6000여개의 지원서가 몰렸고, 400여개 검토 끝에 100여명의 면접 대상자를 선발했다. 최종 13명의 인턴으로 선발된 이들은 방송에서 테스트를 거치고, 일부는 JYP 정직원으로 채용된다.
JYP사원증을 들고 있는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CCO(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 사진/CJ ENM
실제 400여개의 지원서를 직접 검토하면서 그는 초심자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열망을 마주할 수 있었다.
“K팝 스타를 하면서도 제가 설레고 가슴뛰고 행복했던 건 그들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K팝스타를 하면서 제가 왜 이 일을 시작했고 열정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됐었죠. 제 생각에는 비즈니스 측면으로도 비슷한 것 같아요. 어떤 직업의 누가 됐든, 처음 시작하는 신인들의 눈빛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은데, 그걸 이번에도 똑같이 본 것 같아요.”
방송에서도 그는 JYP가 내세우는 채용 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날도 첫 번째 기준은 ‘인성’과 ’열정’이란 점을 명확히 했다.
“가수나 아티스트나 배우나 직원이나 채용 기조는 같습니다. 재능이나 실력이 특출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힘을 합쳐 팀웍을 잘 이루는, 결과물을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또 방송에서 근무환경이 미화되지 않을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저는 늘 직원들을 사랑하는 회사가 되자, 라는 원칙을 분명히 세운다”며 “현실이 그렇지 않은데 방송에서 미화된다면 지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굉장히 좌절할 것 같다.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터 산업이 점차 변하고 있는 환경에 대한 고민도 깊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출현하면서 특정 대기업이 거머쥐고 있던 미디어의 권력 구조가 무너지고 있는 추세다. “이제는 모두가 콘텐츠를 만드는 환경이잖아요. 무한 경쟁이고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굉장히 설레고 두렵기도 하고 그래요.“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CCO(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와 MNET의 원정우 PD. 사진/CJ ENM
이번 방송은 박진영 CCO가 먼저 엠넷 원정우 PD에게 제안해 성사됐다. “작년 8월쯤 뉴스를 보다가 청년 실업률이 10%에 근접한다는 얘기를 보고 답답했어요. 젊은이들에게 위로나 희망이 될 수 없을까 하다가 이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제가 먼저 보냈습니다.”
이날 발표회에는 엠넷 원정우 PD가 함께 했다. 그는 “슈퍼스타 K나 쇼미더머니 등의 프로그램처럼 해당 분야의 열정 있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시작한 프로그램”이라며 “프로그램 하나로 취업난이 해결된다는 게 어렵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방송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인재를 뽑는 문화를 바꿔나가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