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미니스톱 매각과 관련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장기간 지연되며 결국 틀어지는 게 아닌지 무산 관측이 나온다. 편의점 출점 제한 정책에 따라 미니스톱은 본입찰 전보다 몸값이 높아진 반면, 인수 기업은 가맹점주들과 재계약시 타사 편의점으로 이탈할 가능성 때문에 셈법이 복잡해졌다. 매각사 측에선 가맹점 재계약 이슈만 가시면 인수가를 더 불릴 수도 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다.
서울 도심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편의점이 마주한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입찰에서 가장 큰 변수로 부상한 것은 근접 출점 제한 정책이다. 지난달 4일부터 업계에선 편의점을 신규로 개점할 경우 지자체별로 50~100m 지정거리를 두기로 자율규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사실상 도심권 포화 상태에서 신규 편의점 매장을 출점하기 어려워졌다. 업계에선 이 같은 자율규약을 활용해 미니스톱의 대주주인 이온그룹이 몸값을 높이면서 매각을 늦추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이온그룹 쪽에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지배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근접 출점 제한으로 매각가를 높이려는 이온그룹의 의도는 반대급부로서 인수 기업의 부담을 높여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 입찰이 늦춰지면서 상대적으로 입찰가격을 낮게 제출한 경쟁사들은 인수 전 미니스톱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점포 전환을 시도할 수도 있다. 실제로 편의점 가맹계약은 5년 단위로 이뤄지는데 올해와 내년 계약이 만료되는 편의점은 약 3000여개다. 이 중 일부 지역에서는 편의점 브랜드 전환을 위해 웃돈이 4000만원 내외로 붙고 있다. 입찰 지연으로 미니스톱의 점포 전환이 느는 것은 인수 기업에겐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핵심 점포들이 미니스톱에서 빠지는 것까지 감안하기 때문에 협상이 지연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상황에서 앞서 입찰에 참여한 롯데(세븐일레븐), 신세계(이마트24) 등의 편의점 업체들은 여러 시나리오를 앞두고 손익을 계산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에서 추정하는 3000억~4000억의 인수가와 향후 점포 확대에 따른 수익과 입찰 이후 점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지원금 등을 고려해 최종 인수를 결정하게 된다. 반대로 이온그룹에서는 신규 출점 제한 카드를 두고 인수가격을 최대한 높일 것으로 보여 매각가를 둘러싼 업체들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매각협상은 한 시점의 상태에서 기업을 평가하고 매각액과 딜을 정한다"라며 "매각이 이뤄지는 상황이 바뀌면 매수자와 매각자의 입장이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