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해를 넘겨 유통산업 미래상이 한층 뚜렷해졌다. 빅데이터 소싱, 자율주행 배달 등 IT융합 기술이 접목된 고도화된 산업형태가 가시화되고 있다.
뒤죽박죽 무수한 상품을 보물찾기 하듯이 어지럽게 진열해 놓은 삐에로쑈핑. 국내선 신선하지만 일본 돈키호테를 모방한 것에 그친다는 삐딱한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모방할 수 있으면 해보라며 “그만한 소싱(상품조달)이 가능한 곳은 국내서 이마트뿐일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온·오프라인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해 승패를 좌우할 관건은 이같은 소싱력이다. 마트 등 오프라인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지 못해도 매장에서 대체 상품을 고를 확률이 높다. 반면 온라인은 다른 사이트를 찾게 된다. 소비자 기호 상품 예측이 그만큼 중요하다. 무작정 재고를 늘리면 손실만 커진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 구매 패턴을 예측해 필요한 재고만 확보하는 빅데이터 소싱이 주목받는다.
신세계그룹 IT서비스 회사인 신세계I&C는 유통시장과 연계해 디지털 비즈니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머신러닝,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들이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2O(온·오프라인 연계) 신사업을 전개하는 이마트, 신세계 등 계열사에서 관련 일감이 생기고 있다. 신세계 I&C는 지난해 말 이마트와 빅데이터 설계 프로젝트 구축 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 재고와 풍부한 물류 시스템을 갖춘 이마트가 더욱 똑똑해진 O2O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도 스타필드 하남에 위치한 트레이더스 하남점에서 고객이 자율주행 카트 '일라이'에 구매할 물건을 담고 있다. 사진/이마트
중국의 허마션싱은 이미 관련 기술의 상업화를 일구고 있다. 허마션싱은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매장이다. 알리페이가 축적한 고객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류 혁신에 앞서가고 있다. 마윈이 주창한 신유통을 현실에 옮기는 중이다.
신유통은 두뇌와 하드웨어가 동시에 지능화된 유통이다. 고도화된 소싱 다음엔 자율주행 물류배송이 뒷받침한다. 올해 CES에서도 자율주행 배송 시스템 시연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IT·자동차 업계의 자율주행 기술이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았다.
지난 6일 이마트도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기업 토르 드라이브와 협업해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를 테스트하기로 했다. 지난해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에서는 자율주행 카트 일라이를 선보이는 등 국내서도 멀지 않은 기술이다. 다만 이미 실배송에 도입되고 있는 해외시장과 달리 국내선 자율주행을 시험할 도로조차 마땅치 않아 현실 도입이 늦춰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