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과거 어깨수술을 받은 근로자가 출근길 빙판에 미끄러져 어깨 증상이 악화됐다면, 사고를 당한 사실이 분명한 이상 사고장소에 대한 목격자 진술이 서로 다르더라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1단독 하석찬 판사는 A씨가 "출근길 빙판에 미끄러져 어깨를 다쳤는데도 요양승인을 거부한 것은 잘못"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요양급여신청서에서 진술한 장소와 목격자들이 진술한 사고 장소가 다르기는 하나 그 내용이 모두 공통적으로 출근시간에 A씨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고, 목격자들이 A씨로부터 들은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등 진술서 작성 방식에 차이가 발생했을 수 있다"며 "목격자들 진술서와 사고 발생장소가 서로 다르게 기재됐다는 사정만으로 A씨가 허위로 진술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진료기록 등에 따라 A씨의 관절 부위 외상으로 봤을 때 외부적으로 충격을 주는 사건이 있었던 사실을 추단할 수 있고, A씨의 보험급 지급 설명서에도 '미끌림, 헛디딤에 의한 낙상'으로 기재됐다"며 "낙상에 의한 보험사고가 인정돼 14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출퇴근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 재해는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및 사망을 뜻하는 것"이라며 "업무와 재해 사이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A씨는 사고 전부터 어깨 충격증후군 등으로 진료를 받고 관절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업무와 재해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한 건설회사 안전반장으로 일해온 A씨는 지난해 1월 출근길에 빙판길에 미끄러져 뒤로 넘어져 어깨를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이에 공단에 최초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사고 자체를 믿을 수 없고 업무와 사고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불승인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공단을 상대로 한 소송을 냈다.
출근길 업무상재해의 경우 종전까지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다 발생한 경우에만 인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1월부터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도보나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다가 다친 경우에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