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한파가 몰아치는 추운 겨울철에는 중풍의 발생률도 함께 올라간다.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되고, 이로 인해 혈압은 상승하기 때문이다.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을 이루고 있는 근육과 내피세포가 손상되는데, 눈 혈관 또한 예외는 아니다.
흔히 중풍이라 하면 뇌혈관이 막혀 생기는 뇌질환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눈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이른바 '눈 중풍'인 망막혈관폐쇄는 눈 속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시력 저하나 실명까지 유발한다. 망막혈관폐쇄가 추운 겨울철에 발생하기 쉬운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망막은 안구의 가장 안쪽에 위치해 각막과 수정체를 지나 들어온 물체의 상을 맺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망막도 다른 신체 기관과 마찬가지로 원활하게 혈액이 공급돼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망막혈관폐쇄는 망막에 있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을 말한다. 50~70대에서 주로 발생하며,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고혈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을 비롯한 당뇨, 심혈관질환, 전신질환 및 혈전이 잘 생기는 혈액질환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3만9792명이었던 망막혈관폐쇄 환자는 2017년 6만 440명으로 7년간 약 51% 증가했다.
망막혈관폐쇄는 동맥과 정맥, 폐쇄 위치에 따라 증상과 시력 저하 정도가 다르다. 크게 망막동맥폐쇄와 망막정맥폐쇄로 나뉜다. 망막동맥폐쇄는 응급안과질환에 해당하며 동맥혈관이 막혀 발생한다. 별다른 통증 없이 먹구름이 낀 것처럼 눈앞이 캄캄해지는 등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가 특징이다.
망막동맥폐쇄는 일단 발생하면 시력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24시간 내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망막의 혈류를 복구, 시력을 회복시키려는 시도들이 있으나 아직 효과가 명확치 않다. 일단 증상이 발현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안압을 낮추고, 혈관이 폐쇄된 원인을 찾아내 혈류를 회복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처치들이 시행돼야 한다.
김성우 고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망막혈관폐쇄는 50세 이상의 장년층에서 주로 발병하기 때문에 시력 감퇴 및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을 노안으로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골든타임을 놓치면 실명에 이를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한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망막혈관폐쇄의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상태다. 한번 손상된 혈관은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으며, 합병증을 예방하고 발생 시 조기 치료를 목표로 한다. 때문에 망막혈관폐쇄는 평소 미리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수다. 망막혈관폐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40대 이상부터 1년에 1~2회 이상 정기적인 안과검사 △고혈압, 당뇨 등 전신질환자는 정기검진은 물론, 혈관 및 혈당관리 철저히 △혈관건강을 해치는 음주 및 흡연 자제 △심한 통증이 없어도 갑자기 시력이 저하되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등 눈에 이상이 있다면 즉시 응급진료를 받는 등 지속적으로 눈 건강을 관리한다.
눈에 좋은 루테인과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루테인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시금치, 케일, 순무 등 짙은 녹색채소가 있으며,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대표적인 식품은 토마토, 당근, 해조류 등이다. 비타민E 또한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어 챙겨먹는 것이 좋다.
망막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실명까지 이를수 있는 망막혈관폐쇄는 추위에 혈관이 수축되는 겨울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고대 구로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