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최근 몇년간 자동차 업계는 스포츠유틸리티카(SUV)가 대세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해 SUV 내수 판매량은 51만9883대로 전년보다 12.7% 증가했다. 올해도 신년 벽두부터 쌍용자동차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 칸'과 닛산의 준중형 SUV '엑스트레일'이 출시됐다. 뒤이어 프리이엄 브랜드 DS도 국내에 진출하면서 'DS 7 크로스백'을 선보였다.
지난달에는 현대자동차가 '팰리세이드'를, 혼다가 '뉴 파일럿'이라는 대형 SUV를 출시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과거 생애 첫 차는 준중형 세단이 차지했지만 이제는 SUV가 엔트리카의 입지를 차츰 넓혀가고 있다. 이석우 쌍용자동차 마케팅 팀장을 만나 SUV의 인기 요인과 향후 시장 전망, 쌍용차의 미래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석우 쌍용차 마케팅 팀장. 사진/김재홍 기자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SUV가 대세다. 이석우 팀장 역시 SUV 인기 추세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가 뭘까?
이 팀장은 "SUV가 세단과 비교해 운전하기 편하고 안정성이 높은데다가 최근에는 레저 시장의 확대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기존 승용차로는 불가능했던 험로 주행, 레저 용품 수송 등의 장점 등으로 SUV가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업체들도 SUV의 인기를 반영해 경쟁적으로 신차를 출시하면서 다른 차종에 비해 SUV 분야에서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 SUV 시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몇년간 소형 SUV인 쌍용차 '티볼리', 중형 SUV 현대차 '싼타페', 기아차 '쏘렌토' 등 소형, 중형 모델이 SUV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 SUV 시장이 커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미 현대차 '팰리세이드', 혼다 '뉴 파일럿'이 출시됐고 올 상반기 한국지엠 '트래버스'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대형 SUV의 판매 가격을 보면 4000만원 전후 수준에서 형성되고 엔트리 모델은 낮으면 3400만원대에서 시작한다"면서 "이 가격대에서 수입차나 대형 세단, 소형 또는 중형 SUV를 타던 고객들이 대형 SUV가 나오니까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연간 자동차 시장 규모는 170만~180만대 수준이고 큰 변동이 없다"면서 "최근에는 중형 세단이나 대형 세단에서 SUV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고, SUV 내에서도 소형-중형-대형 간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렉스턴 스포츠 칸 출시 행사에서 설명하고 있는 이석우 팀장. 사진/쌍용차
쌍용차는 지난해 1월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해 지난해 4만3000대가 넘는 내수판매 실적을 거뒀다. 올해도 이달 3일 렉스턴 스포츠의 롱보디 모델인 '칸'을 공개하면서 인기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이 팀장은 출시 행사에서 칸에 대한 설명을 담당했다.
그는 "지난해 렉스턴 스포츠도 그렇고 '칸'도 예상보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국내 레저 문화가 확산되면서 SUV나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에서 레저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캠핑카가 월 1000대 이상 판매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나만의 레저를 즐기는 도구로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칸'은 몽고제국 군주 이름에서 유래
'칸(KHAN)'의 차명은 역사상 가장 광대한 영역을 경영했던 몽고제국 군주 이름에서 유래했다.
차명 선정 과정에 대해 이 팀장은 "칸을 론칭하기 전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칸에 대해서 이구동성으로 '이 차량은 대형 SUV다'라는 반응이 나왔다"면서 "음절이 강하고 짧으면서 '레저의 끝판왕'이라는 의미 담아 제가 아이디어를 냈는데 결국 채택됐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렉스턴 스포츠와 칸이 국내 픽업시장을 선도했다면 국내 경쟁 업체나 수입브랜드에서도 픽업트럭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픽업트럭 시장이 확대되면서 경쟁도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칸' 출시 행사에서 "SUV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당시 행사에서 SUV는 2000년대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다고 했는데, 2000년대 이전 이미지는 투박한 디자인에 시끄럽고 파워있는 모습"이라며 "반면,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세단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보다 승차감이 부드럽고 디자인을 중시하는 모델이 많아졌다는 점을 언급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발표에서도 칸은 정통 SUV의 면모를 이어가며, 튼튼하고 강인한 본연의 특성을 강조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지난 1995년 쌍용차에 입사했으며, 2000년대 초반 대리 시절 마케팅 분야를 처음 담당했고 2년전 마케팅 팀장을 맡았다. 그는 "차량을 출시한 후 시장의 반응을 바로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이 마케팅의 매력"이라며 "그 중에서 마케팅의 꽃은 가격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가격결정은 회사의 경영상황이나 재무적인 여건, 차량의 상품성 등 다양한 점을 고려하는데, 렉스턴 스포츠가 출시되고 나서 예상보다 가격이 낮게 책정됐다는 반응이 많았다"면서 "마케팅 팀에서는 당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했고, 다행히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서 잘 팔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렉스턴 스포츠 칸 출시 행사에서 이 팀장의 모습. 사진/쌍용차
PPL, 스포츠이벤트로 마케팅 진화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영화나 드라마에 차량을 PPL 하거나 스포츠 이벤트에 노출시키는 문화, 스포츠 마케팅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 팀장은 "쌍용차는 고객초청 윈터 드라이빙, 스노우 드라이빙 체험 행사 등 고객들이 직접 차량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마케팅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경험을 통해 고객들이 차량 뿐 아니라 SUV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케팅을 하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30~40대 고객들은 구매 결정 과정에서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 같다"면서 "이들은 특정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높지 않으면서 '이 차가 나의 개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지', '내 라이프 스타일에 부합하는지' 등을 면밀히 따지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9일 시승행사에서 칸의 오프로드 주행 모습. 사진/쌍용차
한편, 국내외 업체들이 다양한 SUV 신차를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쌍용차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이 팀장은 "올해 경쟁 업체들의 SUV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쌍용차도 오는 3월 신형 코란도 및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면서 "올해는 대형 SUV나 픽업트럭 시장 등 쌍용차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한 응전의 해가 되는 동시에 상품성을 보완한 모델들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한 도전의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외 SUV 시장을 보면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소형 SUV에만 주로 적용됐다"면서 "쌍용차도 전기차 SUV 출시 계획이 있지만 아직까지 전기차 파워트레인은 중형이나 대형 SUV, 픽업트럭에서 요구하는 스펙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적절한 시점에 시장의 요구와 상품성, 차량 제원과 전기 배터리 성능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SUV 본연의 특성을 발휘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되는 시점에 본격적으로 관련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