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독일에서 폭스바겐 차량 ‘배출가스 조작’ 논란 이후 실시된 ECU 엔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리콜(결함 시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이 소비자에게 차량 구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리콜 조치가 소비자 피해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데다 리콜 조치 자체도 불완전하다는 점을 인정한 판결로, 한국 소비자들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어떤 영향을 줄지주목된다.
29일 법조계와 외신에 따르면, 독일 쾰른 고등법원은 지난 3일 아우디 대리점에서 A4 모델 중고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가 폭스바겐 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2심 재판에서 ‘소비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결정한 쾰른 지방법원의 1심 판결이 부당하다’는 폭스바겐의 항소를 “명백히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고법원의 판결에 근거해 판단으로, 상고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쐐기를 박았다.
재판부는 ‘당초 유해물질 배출 사실을 인지했다면 폭스바겐의 차량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소비자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소프트웨어 문제로 인해 해당 차량은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자동차에 대한 원고의 관념에 미치지 못하고, 이와 결부된 인증 및 운행허가에 관한 불안정성으로 자동차의 재산가치에 악영향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측이 주장한 ‘리콜 조치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차량의 결점을 제거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엔진에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주장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연방자동차국이 강제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이행이 될 수 없다”면서 “피고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원고의 손해가 소멸했다는 것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퀼른 고법에 따르면, 독일연방자동차국(KBA)은 ECU엔진 소프트웨어 조작 논란이 불거진 뒤 폭스바겐 본사 측에 해당 소프트웨어 장착 차량 소비자들을 상대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리콜 조치를 시행토록 강제했다. 당초 해당 소프트웨어는 배출기준 측정 시험 중에만 유럽연비측정방식(NEDC)에 따라 배기가스 저감기능이 작동하도록 하는 1번 모드가 작동하게 하고, 일반적인 도로 주행 시에는 저감기능이 없는 0번 모드로 작동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번 판결은 폭스바겐의 리콜 조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남는다는 점과 리콜 조치 자체의 불완전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국내 소비자들을 대리해 폭스바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하종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고등법원이 엔진ECU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리콜을 받더라도 소비자의 손해를 제거하지 못한다고 판결한 점이 중요하다"며 "독일과 달리 인증취소까지 된 국내에서는 더욱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폭스바겐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리콜이 고장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자사 주장에 대한 입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해 12월 폭스바겐이 자동차 배출가스 표지판에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적법한 인증을 받았고 배출가스허용기준을 준수한다'고 기재한 것이 표시광고법상 허위표시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폭스바겐 매장 앞.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