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국회정상화 합의가 지연되면서 재계의 답답함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경영 여건 개선 등을 약속하며 재계와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지만 실질적 행동이 뒤따르지 못한 탓에 경영의 부담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올해의 채용과 투자 계획 수립에도 고충이 크다는 의견이 뒤따른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노동현안이 단기간 내에 타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야간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2월 임시 국회 일정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국제노동기구(ILO) 비준 협약,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 3대 노동 정책을 비롯, 상법, 공정거래법 등 국회의 결정을 기다리는 법안이 산적했지만 정쟁에 모두 뒷전으로 물러났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원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임시국회 정상화를 위한 회동을 가졌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진/뉴시스
재계에서는 답답함을 호소한다. 개별 기업들이 일일이 대응할 수 없는 현안들인 탓에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앞장서 움직이고 있지만 최종 소통창구인 국회가 마비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 부터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 당에 경제계의 의견을 꾸준히 전해왔다"며 "세부 일정들은 커녕 국회의 개회 여부 조차 불투명한 지금은 손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해당 법안들이 처리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느끼는 경영상의 부담은 경감되지 않는다"며 "최소한 국회에서 하겠다고 약속한 것들부터라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러 현안들 가운데 재계에서 가장 시급한 것으로 꼽는 것은 노동 관련 정책, 그 중에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에 대한 논의다. 근로시간 단축의 보완입법으로 추진되는 탄력근로제와 관련, 경영계는 단위기간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초 국회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바탕으로 입법 절차를 진행키로 했으나 지금으로서는 표류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역시 지난달 초 정부가 초안을 발표한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다.
기업들로서는 거시 경제 환경 악화에 정책 리스크까지 계속되며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채용과 투자 모두가 노동정책과 직접적 연관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 부담이 커지면 경제활동은 물론 일자리 창출 여력도 적어진다"고 말했다. 정부와 합을 맞추지 못하는 국회는 물론, 정부의 행보에도 중심이 없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소통을 안하던 과거에 비해서는 지금이 낫지만 (실질적인) 규제 완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각계 각층의 이야기를 모두 들으려다보니 현실적으로 만족할 만한 대안을 만들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