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국회에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논의가 답보 상태에 있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형사사법체계 개혁의 큰 틀에서도 공수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7일 “70~80% 넘는 국민들이 일관되게 공수처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며 “1996년 참여연대가 부패방지법의 한 내용으로 공수처를 입법청원한 이래 많은 법안들이 그동안 제출됐고, 국회 논의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정부·여당의) 결단만 남았다”면서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이기에 다수 국민 뜻을 반영해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며 (한국당을)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국회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흥사단, 한국투명성기구, 한국YMCA 등 6개 단체 관계자들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 교수는 또 “여론전이 안 될 경우 한국당을 제외한 전 야당의 지지를 얻어 패스트트랙으로 올려서라도 꼭 20대 국회 안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패스트트랙은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상정할 수 있다. 현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민주당 8명, 한국당 6명, 바른당 2명, 비교섭단체 2명이다. 바른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도 공수처 설치법을 발의했다. 비교섭단체 중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범여권으로 분류되고, 무소속 정태옥 의원은 한국당 출신이다. 정 의원이 반대해도 패스트트랙 상정 인원은 충족한다. 다만 최장 330일의 처리기간이 소요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수사 대상이나 기능에 대해 이견이 있고, 표현을 공수처로 할지에 대해서도 달리 고민해볼 수 있다”면서 “일단 공수처 기능의 상설기관 출범을 먼저 추진하고, 이후 법 개정을 통해 권한 등을 조정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추진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인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국정과제인데 벌써 2년이 다 되는 동안 법안 상정조차 못했다”면서 “야당을 제대로 설득 못한 데에는 집권여당의 의지도 부족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법조 출신 의원들이나 법사위 쪽에 가면 여야 할 것 없이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면서 “공수처가 될 정도면 문재인정부의 사법개혁이 다 완성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의지가 있다면 경제정책 등을 양보하는 식의 협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당과 검찰 및 일부 법조 출신 전문가들의 반대도 여전히 견고하다.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장윤석 변호사는 “(새누리당) 의원 시절 공수처 설치가 ‘옥상옥’이 될 것이라 여겨 반대했고 지금도 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고, 한국당 윤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종 변호사도 “특검제도 있고 청와대 특별감찰반도 있어 굳이 공수처까지 만들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사개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올 초부터 배수진을 쳤다. 박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한국당 측에 ‘상임특검’을 제안해놓고 기다리고 있다”면서 “(한국당이 공수처의 대안으로 제시한) 상설특검은 ‘사후약방문’이라 현재 고위 공직자 비리를 모니터링 할 순 없기 때문에 기구 특검화 하자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