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심부름·메신저 모욕도 '직장 내 괴롭힘'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 발표

입력 : 2019-02-21 오후 2:37:31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앞으로는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거나 사내 메신저, SNS 등을 통해 모욕감을 줘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또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고,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역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
 
올해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이 시행됨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내용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22일 발표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법상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다만 이러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벌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 △행위의 일회적 또는 계속적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 판단된다.
 
행위 측면에서 본다면 법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하고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고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특히 괴롭힘 행위가 발생한 장소는 사업장 내가 아닌 사내 메신저나 SNS 등 온라인에서 발생한 경우에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1월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예를 들어 업무상 적정범위에서는 반복적으로 사적 심부름을 시키는 등 일반적인 부탁을 넘어서는 사적 용무 지시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또는 업무지시를 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폭언·욕설이 반복되거나 의도적으로 집단따돌림, 피해자를 무시·배제하는 경우도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문제가 된 행위는 업무 관련성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업무 관련성이란 '포괄적인 업무 관련성'으로 직접적인 업무수행 중에 발생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업무수행에 편승해 이뤄졌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해 발생한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또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중에서는 행위자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려고 한 행위가 아니더라도 피해자가 그 행위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벽을 보고 근무하는 '면벽 근무'를 시키는 것처럼 노동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 부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이번 법 개정으로 상시 10명 이상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는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발생 시 조치할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기업들은 7월16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을 없애기 위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과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한 컨설팅 지원, 캠페인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뿌리 뽑기 위한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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