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플랫폼 노동)③플랫폼사 "대리기사 처우 악화 원인은 불합리한 업무 부담…신모델 만들 것"

카카오모빌리티 '프로서비스', 독점회사 경쟁할 생태계 마련…배달대행사, 배달노동자 맞춤 정책
기업 개별 대응시 한계점 여전…"전체 플랫폼 노동자 포괄할 규범 마련해야"

입력 : 2019-02-26 오전 6:00:02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일거리를 얻는 플랫폼 노동자가 늘면서 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 확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법적으로 보호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를 끌어안을 상생안을 준비 중이다.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별기업 관점에서 접근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전체 플랫폼 노동자를 포괄할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리·택시 등 모빌리티 서비스를 전개 중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유료 정책인 '프로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대리기사가 월 2만원만 내면 전화대리 업체를 묶어 프로그램비·보험료 등을 대신하는 정책이다. 대리기사 노조는 카카오가 프로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출시해 '대리기사의 등골을 빼먹고 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그러나 카카오는 대리기사 처우 악화의 원인이 이미 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업체들의 불합리한 업무부담 지우기라 보고 생태계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라고 반박했다.
 
시장 독과점을 형성한 대리 업체들은 대리기사에게 대리콜이 많은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일정수준의 건수와 금액을 채우게 하는 '숙제'를 부과한다. 이 숙제를 못한 기사에게는 다음날 호출 배정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강제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러한 일방적인 정책이 통하는 이유를 시장 독과점으로 보고 시장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 대리는 기본적으로 무료 정책"이라며 "시장 경쟁을 통해 관행을 깨기 위해 작은 전화업체들과 손잡고 프로서비스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별 기사들과 지속해서 소통하며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고 부연했다.
 
배달대행 업체들도 자체 상생안을 통해 배달 노동자 처우 개선에 나선 상태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맛집 배달 서비스 '푸드플라이'의 전속 라이더에게 △산재보험 가입 △안전 교육 프로그램 '라이더 사관학교' △휴식공간 '라이더 슈퍼 휴게' △라이더 물품 등을 지원 중이다. 아울러 신입 라이더에게는 고정급을 지급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업무 숙련에 따라 라이더가 고정급·성과급·혼용 등의 임금 지불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바로고는 소속 라이더를 위한 '더 바로고 안심케어' 보험상품을 마련했다. 이 보험은 △자기 사망·장해 보상 △형사합의금 3000만원 △변호사 선임 비용 500만원 △벌금 2000만원 등을 보장한다. 단체 상해보험에 운전자보험 기능까지 포함해 보장 범위를 넓혔다. 바로고 관계자는 "이륜차로 배송하는 라이더는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일반적인 자동차 보험과 달리 자기 신체 사고 보험료가 높고 가입도 어려운 형편"이라며 "라이더 전용 상해보험을 마련했다. 보장 범위를 확대한 다른 보험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생 플랫폼 사업자를 중심으로 노동자 처우 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이같은 개별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자가 각 플랫폼 노동자 처우에 신경쓰더라도 사회 전반을 봤을 때 미진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각 업체가 노동자와 협상을 진행하더라도 개별 노동자 입장에서 이에 불만을 가지고 법원에 항의할 수 있다"며 "개별 판결에 의존하다 보면 사회적 비용이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과 정부, 노동자 등이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복지, 보장 서비스 측면에서 비용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로고는 지난 19일 소속 라이더를 위한 '더 바로고 안심케어' 보험을 내놨다. 사진/바로고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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