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탕평인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친박 인사들을 주요 당직 전면에 배치했다. 황 대표는 이들을 앞세워 대여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한국당은 4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주요 당직 인선안을 의결했다. 당 조직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원조 친박인 한선교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에 박근혜정부에서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추경호 의원을, 비서실장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세지원단 출신 이헌승 의원을 임명했다.
당 대변인에는 민경욱·전희경 의원이 임명됐다. 민 의원은 박근혜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중앙연수원장에는 박근혜정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종섭 의원이 임명됐고, 특보단장은 친박계 3선 이진복 의원이 맡았다. 또 인재영입위원장과 중앙여성위원장 자리에는 '범친박'인 이명수 의원과 송희경 의원이 선임됐다. 디지털정당위원장에도 친박 성향의 김성태 의원이 발탁됐다.
계파 성향이 엷은 중립 또는 비박계 인사로는 신상진 정치혁신특별위원장, 강석호 재외동포위원장, 이은재 대외협력위원장, 임이자 노동위원장 등이 당직에 이름을 올렸다. 중앙청년위원장은 청년최고위원인 신보라 의원이 당연직으로 맡게 됐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는 김세연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대여투쟁 목표로 △싸워서 이기는 정당 △대안을 가지고 일하는 정당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 등 3가지를 내세웠다. 그는 "앞으로 우리가 주력할 가장 중요한 일은 경제를 살리는 일과, 민생을 일으키는 일, 안보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당협위원장 감사를 포함해 총선 공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에 친박계인 한선교·추경호 의원을 임명한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인선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치신인인 황 대표가 비교적 손쉽게 당권을 잡을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친박계의 암묵적 지원이 있었다는 관측이 많다. 황 대표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몰락 위기에 처했던 친박계가 친황(친황교안)계로 치환돼 새로운 계파가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보는 평가도 나온다.
비박계 사이에선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당 통합을 최우선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차기 대권을 겨냥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만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에 비박계 인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비박계가 무슨 말씀인가"라며 "(당내에는) 비박계 이런 것 없이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분들이 모여있다"고 답했다.
향후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이 통합 행보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총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당직 가운데 공천관리위원회의 간사 역할을 맡는 조직부총장에 누구를 임명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이마저도 친박 인사에게 돌아간다면 비박계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등 당 지도부 인사들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