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분묘 발굴 행위를 벌금형 등 선택형 없이 징역형으로만 처벌토록 규정한 형법 조항은 조상숭배사상이 자리 잡은 우리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춘천지방법원이 분묘 발굴 혐의에 관한 형사재판 중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분묘 발굴 행위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160조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 민족은 조상숭배사상의 영향으로 좋은 장소를 찾아 분묘를 설치하고 이를 존엄한 장소로 존중해 함부로 훼손해선 안 된다는 관념이 형성됐다”면서 “입법자가 전통문화와 사상, 분묘에 대한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고려해 징역형만을 규정한 것에는 수긍할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징역형에 하한을 두지 않아 1월부터 5년까지 다양한 기간의 선고가 가능하고,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할 수 있다”면서 “법원이 죄질과 행위자의 책임에 따른 형벌을 과하는 것이 가능해 보이므로,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규정하지 않고 징역형만을 법정형으로 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거나 법정형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심판대상조항은 ‘분묘를 발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사체 등 오욕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장사법은 허가 없이 분묘를 개장했을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사체 등 오욕죄는 ‘사자에 대한 추도 및 존경의 감정’만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행위태양도 손괴에 이르지 않는 정도의 유형력 행사에 불과한 반면, 분묘발굴죄 보호법익엔 ‘분묘의 평온 유지’도 포함되고 행위태양도 복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거하거나 묘석 등을 파괴해 분묘를 손괴하는 것으로, 그 보호법익의 침해와 피해 정도가 크고 비난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또 “장사법은 보건위생상 위해 방지와 국토의 효율적 이용 등 분묘발굴죄와는 보호법익과 죄질을 전혀 달리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불묘발굴죄에 대해 징역형만을 법정형으로 정한 것은 보호법익 및 죄질의 차이를 고려한 입법자의 결단으로 보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형벌체계의 균형성을 상실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춘천지법은 지난 2016년 8월 분묘발굴 등 혐의로 기소된 강원지방변호사회 소속 현직 변호사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듬해 A씨의 청구에 따라 벌금형 등 징역형 외 다른 처벌 조항을 마련하지 않은 형법 160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입구.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