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7년 만에 기지개를 켰던 막걸리 수출이 해를 넘겨서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다. 수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다양한 신제품 출시로 내수가 활기를 띠었고 수출까지 탄력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막걸리 수출액은 134만9000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0.2% 증가했다. 국가별로 보면 주요 수출국인 일본, 미국, 중국 등 골고루 수출액이 늘었다.
막걸리 최대 수출국인 일본의 1월 수출액은 71만2000달러로 전년보다 23.4% 성장했다. 미국의 수출액은 19만5000달러, 중국의 수출액은 19만달러로 각각 17.5%, 9.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막걸리 수출액이 7년 만에 반등한 여세를 몰아 올해 수출액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막걸리 수출액은 1241만3000달러를 기록해 2017년 1224만7000달러보다 소폭 상승했다.
국내 막걸리업계 1위인 서울장수는 현재 '월매 쌀막걸리'를 일본과 베트남 등에, 보관 기간을 3개월로 늘린 '장수 생막걸리'를 미국과 호주 등에 수출하고 있다. 국순당은 '국순당 쌀막걸리(4.5도)', '국순당 쌀유자' 등을 수출 전용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가장 큰 수출국인 일본 시장에는 지난 2017년부터 '국순당 생막걸리 벚꽃 에디션'을 매년 10만병씩 한정으로 판매하고 있다. 국순당은 올해도 이 한정 제품을 일본에 수출한다.
지난해 다양한 신제품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었고, 이에 힘입어 수출 증가로까지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연초이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수출이 상승세로 시작된 것은 무엇보다 내수 시장의 영향이 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전에 수출이 급증한 것은 일본 수출이 늘었기 때문인데, 일본이 줄면서 전체도 줄게 된 것"이라며 "하지만 지난해 내수에서 판매가 늘면서 일본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에 대한 현지 마케팅 비용 등 역량을 더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계 1위인 서울장수가 지난해 신제품을 내면서 전체 시장에 미친 긍정적 효과가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본다"라며 "서울장수가 올해 들어서도 이전과 달리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장수는 지난해 10월 생막걸리 제품 '인생막걸리'를 출시했다. 주력 제품으로 '장수 생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는 서울장수가 신제품을 선보인 것은 22년 만이었다. '인생막걸리'는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병을 돌파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업계는 단일 품목으로 출시된 전통주 신제품이 단기간 내에 100만병 이상 판매된 것을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젊은 층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기존 제품인 '장수 생막걸리'보다 알코올 도수를 1도 낮춘 5도로 맞췄고, 배우 임원희씨와 조우진씨가 출연한 TV CF를 방영하는 등 소비자 대상 마케팅을 진행한 것도 인지도 상승에 도움을 줬다.
서울장수는 식당 등의 업소에 우선 제품을 출시한 이후 전국 대형마트와 일반 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유통경로를 확장했다. 다음 달에는 전국 편의점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김종승 서울장수 영업마케팅본부장은 "인생막걸리는 특유의 깊고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맛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 입맛과 취향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라며 "앞으로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인생막걸리' 외에도 지난해에는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나왔다. 국순당은 지난해 5월 '1000억 유산균 막걸리'를 출시해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을 개척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대부분 막걸리가 1000원~2000원인 것과 비교해 이 제품은 3200원의 고가에 속하지만, 매월 약 6만병 이상 판매되면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배상면주가는 지난해 6월 옛 맛을 그대로 살린 '막걸리1997'을, 경주법주는 7월 유자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린 '경주법주 유자막걸리'를 출시했다.
마트에 진열된 '인생막걸리' 제품 이미지. 사진/서울장수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