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확정되면서 ‘매머드급’ 조선사 출범이 가시화됐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압도적인 글로벌 1위 조선사가 탄생한다. 하지만 아직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 있고, 노조 반발 등 넘어야 할 걸림돌도 적지 않다.
현대중공업그룹은 8일 오후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현대중공업은 물적 분할을 통해 ‘한국조선해양’(가칭)을 설립하고,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출자해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신설법인인 한국조선해양은 중간지주사로, 그 아래 기존 현대중공업(사업부문) 외에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4개 자회사를 두게 된다.
향후 진행될 기업결합 심사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한국조선해양은 압도적인 글로벌 1위 조선사로 거듭난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은 지난해 말 기준 1114만5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글로벌 업체들 중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13.9%)을 차지했다. 2위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잔량이 584만4000CGT으로 7.3% 점유율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1.2%에 달한다.
3위 업체인 일본 이마바리조선소 수주잔량(525만3000CGT, 6.6%)의 3배가 넘어선다. 글로벌 5위권인 삼성중공업(472만3000CGT, 5.9%)과는 4배 가까이 차이 나는 규모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더욱 압도적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잔량 기준으로 평균 57%, 23% 점유율을 보였다. 두 회사를 합치면 전체 시장의 약 80%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국·내외 조선업계에서 확실한 ‘규모의 경제’를 이뤄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주 우위를 확고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의 본계약 체결식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렸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왼쪽부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내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물적 분할을 의결할 계획이다. 이후 기업결합 심사와 법인 설립, 출자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특히 기업결합 심사는 공정거래위원회뿐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이 발생하는 유럽연합(EU)과 일본, 중국 등 경쟁당국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독과점 문제나 경쟁국의 견제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심사과정도 올해를 넘겨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본계약 체결식 이후 열린 브리핑 자리에서 “기업결합 심사는 선주들의 이해관계, 경쟁과 독과점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며 “법률적인 부분에서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협조를 구하면서 빠른 시일 안에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력 구조조정과 지역경제 악화를 지적하며 반발하는 노조와 지역사회 여론도 변수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의 고용안정과 협력업체 기존 거래선 유지 등을 담은 공동 발표문을 공개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은 동종업계 인수합병에 반대하며 산업은행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현대중공업 노조 간부들도 ‘대우조선 인수 밀실합의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반대 투쟁을 이어갔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