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특혜 시비' 특별법 대신 '총리실 TF' 꾸려 WYD 지원

불교계 등 타종교 특별법 반대…"천주교 행사에 전례 없는 특별법" 반발
국회, 총리실에 TF 만들고 각 부처와 협의해 WYD 지원하는 방향 '가닥'
향후 정부·지자체가 국제 종교·문화행사 지원하는 법안 별도 마련키로

입력 : 2025-12-04 오후 3:13:57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를 지원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특별법 제정은 무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정 종교를 지원한다는 특혜 시비를 의식한 겁니다. 대신 국무총리실 산하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정부 차원에서 대회를 지원하기로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내후년 WYD 개최를 대비하기 우해 총리실 산하에 TF팀을 구성하고, 여기서 행정적·제도적 지원을 한다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 중입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WYD 특별법이 여야 협의를 거쳐 발의되긴 했지만, 천주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계의 반대가 계속되면서 특별법 제정을 강행하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WYD가 대규모 국제 행사로 치러지는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총리실 산하에 TF팀을 꾸리는 방안을 이야기 중”이라고 했습니다. 종교계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특별법을 통과시키기보다 총리실을 중심으로 각 정부 부처와 협의하면서 대회를 준비하는 게 낫다는 판단입니다.
 
실제로 국회에선 지난해부터 세 건의 WYD 관련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지난해 11월7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정부 차원의 WYD 지원 근거를 마련한 특별법을 발의했고, 11월19일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특별법을 내놨습니다. 올해 8월에도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과 박수현 민주당 의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등 국회의원 33명이 특별법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불교계 등이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자 국회에선 추가적인 논의를 하지 못한 채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체위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김교흥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체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WYD 지원을 위한 특별법에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건 불교계입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지난달 19일 ‘제41차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안 철회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특별법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조계종은 중앙종회는 입장문에서 “(특별법 제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이며 공무원의 종교중립 의무를 비롯해 국민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다”며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특정 종교 행사에 대해 국가가 직접적이고 공식적인 지원을 한 사례가 없었고, 이런 선례가 남게 된다면 다른 종교들도 유사한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져 종교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국회가 천주교 행사인 WYD 특별법을 철회하기로 한 건 내년 9회 지방선거와 2028년 23대 총선을 앞두고 다른 종교계의 눈치를 의식한 걸로 풀이됩니다. 다만 국회는 향후 국제적인 종교·문화 분야 행사가 개최될 것에 대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제종교문화행사 지원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WYD 특별법 논란을 계기로 종교나 문화 분야의 대규모 국제 행사 유치와 진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따로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현재는 체육 분야에서만 ‘국제경기대회 지원법’을 통해 정부 지원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종교·시민단체들의 모임인 범종교개혁시민연대는 특정 종교 행사에 대해 전례가 없는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더라도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종교문화활동 지원사업으로 WYD 개최와 운영 예산을 지원하고, ‘국제회의산업 육성법’과 ‘관광진흥법’ 등 기존 법률 내에서 안전과 교통 등 공공부문 운영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종교단체 관계자는 “세계청년대회가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라 해도 천주교라는 종교 행사인 점은 분명하고,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종교계 내에 이전부터 각 종교들 사이에서 불거졌던 갈등과 반목이 이번 대회를 통해 더 크게 부각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발대식이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개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WYD는 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모여 신앙을 나누고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는 국제 행사입니다. 국제연합(UN)은 1979년 12월 오늘날 청년들의 상황과 그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1985년을 ‘국제 청소년의 해’로 정했고, 이에 발맞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같은 해 ‘세계 청년의 날’을 선포했습니다. 그러면서 교황청이 주재하는 WYD는 1986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처음 열린 이래, 세계 청년 수십만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 행사로 자리매김하며 3~4년에 한 번씩 개최되고 있습니다. 2027년 8월3~8일엔 서울에서 행사가 열립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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