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장관 7명을 바꾸면서 취임 후 가장 큰 폭의 개각을 단행한 것은 집권 3년차를 맞이해 일종의 '기어변속' 차원으로 해석된다. 전문성과 추진력을 앞세워 그동안 강조해온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 장관 내정자들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정책 속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주목받는 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발탁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다. 중기부는 문재인정부와 출범을 함께한 신생부처이자, 문 대통령의 '혁신적 포용경제' 핵심부처다. 현 정권 성패의 바로미터격이라는 평가도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청와대 신년회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주최했고,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고 관계자 간담회 등을 여는 등 중기·벤처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다만 지난 2017년 11월 취임한 홍종학 장관의 경우 부처를 무난하게 이끌어왔지만 추진력과 속도감은 다소 아쉽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나 기획재정부에 비해 중기부의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결국 문 대통령이 중기부 수장에 박 의원을 낙점한 것은 부처 존재감을 키우고, 정책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4선의 박 의원은 당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삼성 저격수'로 불릴 만큼 재벌 개혁 문제에 앞장섰다. 정치입문 전에는 MBC 경제부장을 지낸 이력도 있다.
다른 내정자들도 전문성에 방점이 찍힌 인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인 조동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통신학회 회장을 지낸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다. 노무현정부에서 와이브로(Wibro) 개발 및 상용화를 주도한 그가 그 경험을 살려 문재인 정부에서 '전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앞장 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인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노무현정부 시절 마지막 문화관광부 차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면서, CJ ENM 사외이사 겸 감사를 역임했다. CJ가 주도해온 한류 콘텐츠 글로벌 확산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장관에 내정된 최정호 전 전북도 정무부지사는 해당 부처 차관을 역임하고 국토·교통 분야 현장을 두루 경험한 인사다.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인 문성혁 세계해사대 교수는 현대상선 1등 항해사 근무경험이 있는 현장과 이론을 겸비한 전문가다. 위기에 빠진 항만과 해운업 재건 적임자라는 평가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인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인제대 통일학과 교수,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 등을 지냈다. 대표적인 '남북 교류·협력론자'로,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불투명해진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강한 의지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당 4선 의원인 진영 행안부 장관 내정자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위원장과 위원으로 수년간 활동해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개각에 대해 "문재인 정부 중반기를 맞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성과를 위해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발탁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8일 오전 정부 부처 7곳에 대한 개각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