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한국 빙상계 '대부'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교수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가 강습생을 폭행·성폭행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 학생들에게 거취 문제까지 거론하는 등 압박을 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부는 한차데에 전 교수 등의 중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검찰에 비위 혐의를 고발했다.
교육부는 21일 '교육신뢰회복 추진단' 제5차 회의를 열어 한체대 종합감사 및 연세대 아이스하키 체육 특기자 사전스카웃 및 금품수수 의혹 관련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입사·학사·인사 분야 등에서 드러난 한체대 비위 행위는 모두 82건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 교수는 실내 빙상장 락커룸에서 조 전 코치가 강습생을 폭행한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피해자의 동생이 한체대 쇼트트랙 선수라는 점을 이용했다. 피해자 학부모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하거나 피해자 지인들을 동원해 피해자에게 합의하도록 압박했다.
게다가 대학에서 피해 학생과의 격리조치를 통보했는데도 제3자를 통해 피해 학생을 만나 졸업 후 거취문제를 거론하는 등 3번 접촉했으며, 지난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 빙상연맹 특정감사 직전에는 폭행 피해 학생 아버지를 만나 감사장에 출석하지 않도록 회유했다.
비리 문제도 드러났다. 빙상부 학생이 훈련 용도로 협찬받은 400만원이 넘는 자전거 2대와 함께 스케이트 구두 24켤레를 가품으로 납품받는 방법으로 특정 업체가 대학으로부터 정품가액 5100만원을 지급받게 했다. 또 최근 15년간 부양가족 변동신고를 하지 않고 가족수당 및 맞춤형 복지비 합계 1252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했다.
한체대는 교내 실내 빙상장·수영장을 경쟁입찰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용 신청서만으로 영리 사설강습팀에 대관함으로써 소수 단체만 장기간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했다. 특히, 지난 2011년 이전부터 실내 빙상장의 락커룸 2개와 이에 딸린 샤워실·화장실을 전 교수 제자들이 운영하는 쇼트트랙 사설강습팀 전용공간으로 무상 제공했다. 락커룸과 잠금장치를 설치해 코치실로 사용한 샤워실에서 조 전 코치가 강습생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강습생이었던 학생이 최근 조 전 코치를 고소하면서 수차례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한 곳도 코치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 교수가 대관허가 및 사용료 징수 없이 2015년부터 약 40개월간 A코치가 운영하는 사설강습팀 20여명에게 재학생과 함께 훈련하도록 하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 3개 사설강습팀에서 초·중학교장 명의로 빙상장 대관 신청을 했을 때, 한체대는 초·중학교가 아닌 사설강습팀에 승인 통보했기 때문에 해당 학교들은 4년이 넘도록 교장 직인이 위조됐다는 점조차 알지 못했다.
다른 교수들의 비위도 드러났다. 사이클부 B교수는 추석 명절과 스승의 날쯤 학부모 대표로부터 2차례에 걸쳐 120만원을 받았으며, 볼링부 C교수는 스승의 날에 학부모로부터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수수했다. 국내외 대회·훈련에 수 차례 참가하면서 대학의 지원금과는 별도로 학생으로부터 소요 경비 명목으로 합계 5억8920만원을 현금으로 걷어 증빙자료도 없이 썼다.
학생들은 국내 훈련할 때 1인당 25만원, 해외 150만원 안팎을 내야 했지만, C교수는 이번 감사에서 돈을 실제보다 적게 냈고 주장 학생이 관리한 것처럼 허위 진술하도록 학생들에게 지시하기까지 했다. B교수 포함 6개 종목 교수 6명은 해외전지훈련 후 허위영수증 등을 정산자료로 내 학교 지원금 2905만원 상당을 횡령했다.
교육부는 전 교수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하고, 업무상 횡령·배임과 연구비 관련 공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연세대 아이스하키 체육특기자들에 대해 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경기 실적이 낮은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한 평가위원 3명 등에게 신분상 조치를 요구하고 사전 스카웃 및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의뢰 할 계획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번 감사에서 밝혀진 비리·위반 사안에 대해, 관련 기관이 조속하게 행정·재정상 조치를 이행하도록 교육부가 엄중하게 관리·감독하겠다”며 “체육계에 만연한 부정·성폭력 문제 등이 한두 차례 감사로 해결되지 않는 만큼, 교육부는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조사 활동과 스포츠혁신위원회를 통한 제도 개선에 적극 협력하고, 교육부와 직접 연계되는 사안은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21일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계 폭력 및 성폭력 사건 은폐 의혹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