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ABC)'스마트 컨트랙트', 블록체인 확산 이끈다

중개자 없는 자동화된 계약…거래 투명성·효율성 높이는 데 기여

입력 : 2019-03-31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블록체인하면 자주 언급되는 개념 중 하나가 스마트 컨트랙트입니다. 먼저 스마트 컨트랙트를 간단히 정의해볼까요. 코드로 만들어진 계약으로 한 번 배포되면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도 계약 실행을 검증하는 컴퓨터 프로토콜을 의미합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1994년 닉 자보(Nick Szabo)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스스로 이행되는 자동화된 약정(Automated Self-Enforced Agreements)'이라고 했습니다. 아쉽게도 당시 열악했던 컴퓨팅 환경에서는 실행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를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부활시켰는데요. 2013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대금지불, 송금 등 금융거래와 모든 종류의 계약을 처리할 수 있도록 스마트 컨트랙트 개념이 확장하면서 널리 확산됐다고 합니다.
 
부테린은 당초 암호화폐 1세대인 비트코인으로 스마트 컨트랙트를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차질이 생겼죠.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부테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겁니다. 부테린은 자신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2세대 암호화폐로 볼 수 있는 이더리움을 창시했습니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 특화 블록체인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스마트 컨트랙트는 기존 계약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전통 계약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임대인과 임차인은 전월세 계약서를 씁니다. 가운데 중재자 격인 공인중개사가 개입을 합니다. 계약불이행 등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계약서에 따라 처리됩니다. 요금을 지불하고 버스를 탈 때는 어떤가요. 요금을 지불하고 운송이라는 서비스를 주고받는 암묵적인 계약에 대한 동의가 전제됩니다. 계약서만 주고받지 않았을 뿐 계약불이행, 예를 들면 제대로 된 운송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면 요금 환불 등의 조치를 요구할 수 있겠죠.
 
탈중앙화의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는 제3자 또는 중개인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계약 이행·검증이 네트워크로 자동화되는데, 제3자 개입 없이 계약실행 조건을 확인하고 처리합니다. 전통 계약에서의 중간 과정이 생략돼 비용이 줄어들며 신뢰를 기반으로 안전한 계약을 실행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계약의 기본 사항인 거래 조건, 현금 지불, 거래 이행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존 전통 계약과 구분되는 스마트 컨트랙트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금융거래, 부동산거래 등 다양한 형태의 계약에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여러 업계에서 수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글로벌 결제 서비스 기업 비자(VISA)는 2015년 디지털 서명 관리기업 다큐사인(Docusign)과 자동차 리스 관련 계약을 블록체인 기술로 관리하는 실험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서류 없이 자동차 내 스마트 컨트랙트 시스템을 장착한 터치형 단말기로 맘에 드는 자동차를 타보고 계약정보를 기록하며 주행 결과에 따라 정산까지 이뤄지는 방식입니다. 영국의 음원 플랫폼 기업 '우조뮤직'의 사례도 흥미롭습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음원 사용을 하면 각국 저작권 징수기관에 보고되며 수익금 배분을 자동화한다고 합니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사용자가 음원을 구매하면 작사·작곡가, 가수 등 음원제작 참가자들이 중개자 없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이외에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개자 없는 상호 신뢰 기반의 투명한 계약이 블록체인 기술 확산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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