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가 이번 주 '사법농단 의혹' 핵심 인물 가운데 한명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 첫 증인으로 출석한다.
1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정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임종섭)가 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해 진행하는 5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할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당초 정 판사와 함께 지난달 28일 시진국 통영지원 부장판사와 오는 4일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의 출석을 각각 추진했지만, 두 판사는 재판일정으로 출석을 한 달 가량 연기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구두 통보로, 재판부는 지난 28일 시 판사가 정식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아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했고 시 판사는 불출석했다. 이에 따라 한 차례 불발한 첫 증언대에는 정 판사가 서게 됐다.
정 판사가 진술 할 임 전 차장의 혐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 남용 권리 행사 방해죄’ 성립 여부다. 정 판사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2013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근무할 당시 기조실장이던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재판거래 문건을 작성한 사실 등을 진술했다. 임 전 차장은 검찰의 심문조서를 인정하지 않고 법정에서의 직접 신문을 요청했다. 임 전 차장은 첫 공판부터 매번 출석해 변호 분량의 3분의 2 이상을 직접 구술해오고 있다. 이번 공판에서도 직접 반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판사가 임 전 처장이 함께 있는 법정에서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 혐의를 어느 정도까지 진술할지 주목된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 판사는 2014년 12월경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을, 임 전 차장으로부터 ‘고용노동부가 제기한 효력정지 재항고 사건을 대법원에서 인용할 경우 대법원이 얻는 이익, 이익을 극대화할 시점, 인용 결정 대가로 청와대에 요구할 반대급부를 검토해 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작성했다. 문건에는 전교조 효력정지 재항고 사건의 인용 여부와 시점 등에 따른 득실 판단과 함께 ‘청와대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사건이 매우 중요한 사건이나 대법원 입장에서는 많은 사건 중의 하나에 불과하므로, 양 측에 ‘윈윈’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재항고를 인용함이 상당’하고, 그 반대급부로 청와대로부터 ‘상고법원 입법 추진, 대법관 임명 제청,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 법관 증원 및 헌재와의 의견 대립’ 등에 있어 적극적인 협조를 얻을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 등이 기재돼 있었다.
임 전 차장의 지시는 정 판사가 행정처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이어졌다. 2015년 7월경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한 달 뒤 박근혜 대통령과 가질 면담 자리에 사용할 말씀자료를 준비하면서, 임 전 차장에게 ‘사법부가 국정운영에 협력한 판결들을 정리하고, 제목을 과거 왜곡의 광정으로 잡아 달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임 전 차장은 다시 이를 정 판사와 당시 기조실 심의관이던 시 판사에게 전달했다. 정 판사와 시 판사는 ‘항소심이 효력을 정지시킨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되살려 전교조를 법외노조 상태로 되돌려놓았다’는 취지 등이 기재된 ‘현안 관련 말씀 자료’와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BH 설득방안’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 등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외에도 정 판사는 행정처 재직 중이던 2015년 2월경 당시 대선개입 의혹으로 재판을 받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 보고서와 항소심 판결 선고 관련 각계동향 등의 문건을 작성했다. 2013년 8~9월경에는 서기호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의 판사 시절 재임용 심사 탈락에 대한 불복 소송과 관련해 ‘서 의원 소송의 현황과 향후 대응 방안’ 등의 문건도 작성했다.
검찰은 이런 문건들이 ‘사법행정의 한계를 넘어 위법하며, 재판의 심리와 결론 등에 영향을 미쳐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적시했다. 임 전 차장은 문건들을 양 전 원장과 박 전 처장에게 보고했고, 검찰은 이를 세사람의 공모행위로 보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발생한 '사법농단' 의혹의 중심에 선 법원행정처의 입구 표지.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