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외환당국이 지난해 하반기 외환시장에서 1억8700만달러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발표되는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우려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외화를 검수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29일 지난해 하반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순거래(총매수-총매도) 규모가 마이너스(-) 1억8700만달러라고 밝혔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29일 한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외환시장 안정조치 내역'을 보면 외환당국이 지난해 하반기 외환 현물환시장에서 거래한 순거래액(총매수액-총매도액)은 마이너스(-) 1억8700만달러로 집계됐다. 총매수액이 총매도액보다 1억8700만달러 적었다는 의미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미 재무부와 IMF 등은 우리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조치 내역 공개를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미 재무부가 6차례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하는 등 압박이 커지자 외환당국은 지난해 5월 '외환 정책 투명성 제고방안'을 발표하고 시장개입 내역 공개를 결정했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에 환율보고서를 공개하고 환율조작국을 지정한다. 미 교역촉진법상 △대미 무역 흑자 200억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외환시장 한 방향 개입(GDP 대비 순매수 2% 초과) 등 세 가지 요건에 해당하는 국가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 한국은 이중 무역 흑자와 경상 흑자 등 2개 요건을 충족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었다.
이번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우려는 줄어들 전망이다. 이날 한은이 공개한 내역 결과에서 순거래액 1억8700만달러는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 1조6198억달러의 0.01%로 미미한 수준이다. 즉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 가운데 '한 방향 개입'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셈이다.
또 우리나라는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도 6년 만에 200억달러에 못 미쳤다.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2가지에서도 벗어나 한가지(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초과)만 남게 된 셈이다. 다만 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은 지난해 4.7%였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거래액을 공개한 기본적인 취지는 외환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고 환율조작국이라는 불필요한 의심을 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며 "지난해 환율이 상당히 안정적으로 움직였고 아래 위로 쏠림현상도 줄어든 만큼 내역 공개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안정조치 내역 공개 주기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는 6개월 단위로, 한은은 오는 9월 말 두번째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한다. 올 3분기부터는 분기별로 거래 내역을 공개할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공개 범위와 시점을 결정할 계획이며 이번에는 총매수와 총매도액 자체를 포함한 세부 내역은 공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