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하며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여론조사 보고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예측으로 논란이 됐고, 정세분석·정책보고서는 정쟁에 악용됐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후원금 감소로 재정난에 빠지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사업 축소에 나서는 등 잔뜩 위축된 모양새다.
1일 한국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여의도연구원의 전신 여의도연구소는 1995년 공식 출범했다. 한국 정치사상 첫 정당 연구소였다. 여의도연구원은 설립 초기부터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했다. 여의도연구원이 생산한 보고서, 여론조사 자료는 정치권의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과정에서 여의도연구원장은 '정책통'을 자처하는 보수 정치인들이 서로 맡고 싶어 했던 자리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여의도연구원은 2017년 이후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 등으로 새누리당(현 한국당)이 여당 지위를 잃으면서부터 조짐이 나타났다. 중앙당 조직 축소와 함께 여의도연구원의 예산 축소 및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선관위에 따르면 2017년 여의도연구원 한 해 예산은 정당 국고보조금 88억원, 기타 수익 18억원, 전년도 이월금 13억원 등 모두 10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18년 예산은 정당 국고보조금 60억원, 기타 수익 23억원, 전년도 이월금 10억원으로 총 9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17년 예산과 비교해 9억원 가량이 줄어든 셈이다. 소속 직원수도 감소했다. 2017년 기준 여의도연구원 소속 직원은 박사급 9명, 석사급 31명, 기타 39명으로 모두 79명이었지만 2018년에는 박사급 6명, 석사급 18명, 기타 29명으로, 총 53명으로 16명이나 줄었다.
집권 실패와 지방선거 패배, 당 지지율 하락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여의도연구원은 위기에 봉착했다.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 의석수가 줄어들면 정당 국고보조금에 운영자금을 의존하는 여의도연구원은 존립 기반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다만 최근 한국당 지지율이 30%를 넘어서는 등 위축됐던 보수 정치권의 재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여의도연구원도 새롭게 탈바꿈하려 노력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여의도연구원을 과감하게 개혁하고 정책역량을 강화하는 소그룹 공부모임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차원에서 신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개혁 보수'를 상징하는 김세연 의원을 임명했다.
김세연 원장은 향후 한국당의 중도보수 색채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김 원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지금 한국당의 모습으로는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중도층의 지지를 받기에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에 중도층과 20·30·40대 시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여의도연구원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의도연구원은 20·30대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세대 감수성을 보강하겠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큰 헌법적 원칙을 충실히 하면서 시대변화에 따라서 함께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이슈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세연 여의도연구원 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1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자유시민정치박람회에서 황교안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