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블록체인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사회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결국 쓸모없는 기술의 연장일 뿐이겠죠.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는 건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를 이롭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음악 등 문화예술산업과 블록체인을 살펴보겠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문화예술산업을 살리는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요? 문화예술 중 음악산업의 현재 상황을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음악산업은 현재 음악산업을 크게 두 축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크게 보면 음악을 만드는 생산자 쪽과 음악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소비자 쪽이 있습니다. 특히 생산자 쪽에는 작사가, 작곡가, 가수 등 음원제작에 참여한 노동자인 예술가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동안 음악산업에서의 주된 문제점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있는 중개자에서 비롯됐습니다. 유통권력을 행사하는 일부 중개자들에 의해 시장은 왜곡됐고, 생산자는 약자였으며,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음악을 향유하는 소비자는 '봉'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중개자 중 일부의 불법적인 복제·유통으로 음악산업의 주축들인 생산자, 소비자 모두 시장에서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과거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최근에도 음원 불법 유통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음원 유통 서비스인 멜론을 예로 들면 소비자가 비용을 치르고 음악을 내려받아 들을 수 있는 구조인데, 유튜브에는 멜론 차트를 그대로 이용한 불법 음원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 같은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시 음원을 사용하면 각국 저작권 징수기관에 보고돼 수익금을 자동 배분하는 시스템 구축이 가능합니다. 각국의 저작권 관련 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블록체인 기술로 중개자 없이 작곡가, 작사가, 가수 등 생산자가 사용자에게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모델입니다. 이미 미국 스타트업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저작권 등록 서비스를 제공했던 블록아이(BLockai, 현 Binded)의 사례도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저작권 협회를 거치지 않아도 블록체인으로 영구적인 인증서를 발급받아 자신의 저작권을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음원의 불법 사용이 감지되면 사용 경고를 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춘 것으로 전해집니다.
웹툰도 저작권 침해가 가장 심각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만화·웹툰 불법유통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 웹툰 유통으로 네이버, 카카오, 레진코믹스 등이 입은 피해액은 2017년 기준 9939억원으로 추산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정부가 규제한다고 해도 일시적일 수밖에 없고, 해당 홈페이지를 강제 폐쇄해도 불법웹툰이 독버섯처럼 곳곳에서 생겨나는 게 현실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면 예술가들의 노동이 정당하게 대우받고, 불법적인 저작물 유통을 막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무엽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해 4월 펴낸 '블록체인이 산업과 국제무역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 서비스를 통해 저작권 등록 및 증명, 콘텐츠 이력 추적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불법적인 복제와 유통을 방지하는데 활용한다"며 "지적재산권의 소유자 이력을 포함한 모든 거래 내역을 활용해 향후 저작권료 지급 자동화와 같은 스마트 계약까지 적용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음원, 웹툰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가들의 저작물이 보호받는 데 블록체인 기술이 큰 힘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